10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강원 춘천고등학교 교정. 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한국전쟁 학도병 참전비에 팔순의 노인들이 모여 묵념을 올렸다. 이인호(81) 박승모(77) 하경호(78) 윤주원(80) 신동식(79) 씨 등 5명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꽃다운 나이에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했던 이 학교 선배들이다.
전쟁 때문에 미처 학업을 마치지 하지 못했던 이들도 이날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전장에 뛰어든 지 꼭 61년 만이다.
윤주원씨는 "생사를 넘나들던 당시를 회상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춘천고 2학년(당시 춘천중 5년)에 재학 중이던 1950년 7월 참전, 육군 6사단 2연대에 배속돼 중부전선에 투입됐다. 경기 양평 용문산 전투를 비롯해 중공군 3개 사단을 수장시킨 화천 파로호 전투, 백운산 고지 전투에서 공을 세웠다. 무공훈장을 3개나 받았다. 그는 "어렵게 교사의 꿈을 이루긴 했지만 졸업장을 받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며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한 동기들이 모두 함께 모였으면 좋았을 텐테"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인호씨도 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참전해 철원 화천 등지에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정전 이후 군 복무와 가정 형편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했으나 60년 넘게 흐른 이날 졸업장을 받아 감회에 젖었다. 그는 "학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가 팔십 노인이 돼 졸업장을 받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조국사랑을 실천한 동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