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위 끝에 봄이 오나 했더니 전혀 아닌 모양이다. 전날 군사실무회담장을 박차고 나갔던 북측 대표단은 어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공보'에서 "더 이상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남측이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지 않고 대화 자체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우리 국방부와 통일부를 각각 '괴뢰' '패거리' 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한동안 자제하던 '역적 패당'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새해 들어 전방위적으로 펼치던 대화공세 기조에서 표변한 모습이다.
북측이 회담 결렬 책임을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천안함 폭침이 북측 소행이라는 사실은 이미 명백해졌다. 시인과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는 우리측 요구는 당연하다. 북측은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서도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싶은 모양이나 우리 군시설 및 민간인 주거지역을 직접 포격해 인명을 살상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확약 등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군사실무회담에서 의제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고 하나 진정성을 확인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당분간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리 정부도 "대화답지 않은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분명한 답을 듣지 않고서는 대화의 진도를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위급 군사회담의 성과가 없으면 다른 대화도 진척이 어렵고, 6자회담 재개도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진다. 여기에 북측이 우라늄 농축 활동 강화 등의 긴장고조 행위로 맞서면 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은 남북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측은 3대 권력세습 조기안정과 내년 강성대국 진입 등을 앞두고 외부 지원을 얻어내는 데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북측은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보고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매듭지을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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