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56) 롯데그룹 부회장이 10일 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출범 44년만에 2세 경영체제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또 신동빈 회장과 호흡을 맞췄던 임원들이 이번에 대거 승진, 그룹 전체적으로 경영혁신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격호 회장이 신설된 총괄회장을 맡고 정책본부장인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등 총 172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규모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 승진 1명을 비롯, 사장 승진자가 7명이나 되고 신임 임원만도 75명에 달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단연 신동빈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다. 이는 1967년 롯데제과 설립 후 44년을 그룹을 이끌어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명실상부한 후계자 자리를 굳히게 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 그룹 경영에 참여한 신동빈 회장은 1997년 부회장을 거쳐 20여년만에 회장에 취임함으로써 '신동빈호(號)'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게 됐다.
그룹 내에선 신동빈 회장의 승진이 그간 보여준 경영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61조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0%나 성장했다. 또 지난해 10여건을 비롯, 신동빈 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 25건의 M&A를 주도하며 그룹을 재계 5위로 끌어올리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많다.
물론 최태원(51) SK 회장, 박용만(56) 두산 회장, 이웅렬(55) 코오롱 회장 등 신동빈 회장보다 연하이거나 동갑인 2세 오너들이 이미 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활발하게 나선 점, 유통업계 맞수인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가 각각 정지선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체제로 이미 개편된 점 등도 감안했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새로운 경영혁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본부장 시절 2018년 그룹 매출 200조원, 아시아 10위권 그룹 도약으로 요약되는 '2018 아시아 톱 글로벌 그룹' 비전을 제시했던 만큼 이를 위한 세부 계획들을 하나씩 실천해나갈 것이란 점에서다.
당장 이번에 신동빈 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던 정책본부 임원들이 대거 승진함으로써 이 같은 구상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인원 부본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경영을 총괄 지원하는 정책본부장을 맡게 됐다. 또 글로벌 경영의 자금을 조달해온 채정병 지원실장, 각종 인수합병(M&A)의 실무를 담당해온 황각규 국제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신사업 개척과 M&A 구상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재혁 운영실장도 그룹 주류사업 총괄사장으로 임명된 만큼 현안인 맥주사업 진출도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실적에 대한 보상의 성격도 있어 보인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과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소진세 롯데슈퍼 사장 등 '유통 3인방'이 모두 유임된 게 단적인 예다. 또 허수영 케이피케미칼 대표와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캐피탈 대표, 김용택 롯데중앙연구소장 등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 승진 규모가 사상 최대인 점도 같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신격호 회장이 명예회장이 아닌 총괄회장이 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셔틀 경영'을 통해 그룹 중대사에 관한 의사결정에 계속 관여할 것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승진에 따른 경영혁신과 세대교체 못지 않게 이인원 부회장과 이철우 사장 등 기존 원로 경영인의 역할에도 힘이 실릴 것임을 시사한다.
그룹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 체제로 가되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끌고 가게 할 것임을 보여줬다"면서 "신동빈 회장의 취임으로 롯데그룹은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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