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10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흘렀다. 시위 단체들이 예고한 '100만인 항의시위' 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타흐리르광장을 에워싼 군과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수 만명의 시위대가 팽팽히 맞섰다. 정부가 전날 군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연대 파업 움직임이 두드러져 사위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 철도, 버스, 섬유, 철강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위에 가담하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로에서 이날 대중버스 운전사들이 운행을 중단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전체 운송업계 종사자만 6만 2,000명에 달해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교통·물류 대란 가능성도 점쳐진다.
카스르 엘아이니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병원 근로자 3,000여명도 의회 부근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9일에는 수에즈 운하 노동자 6,000여명이 파업에 들어가 임금 인상과 무바라크 퇴진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을 했다. 노조 지도자 카말 압바스는 "무바라크 가족이 수십억달러를 챙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민과 빈민 등 저소득 계층도 시위 대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남부 아시우트 지역에서는 9일 8,000여명의 농민이 고속도로와 철로를 점거하고 정부에 식량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며, 같은 날 수에즈 인하 인근 포트사이드의 빈민 수백명은 정부 주택정책에 대한 항의 표시로 주청사 건물에 불을 질렀다.
시위 지도그룹은 금요기도회가 예정된 11일을 '무바라크 심판일'로 정하고, 전문직 노조의 참여까지 유도하고 있다. 시위 단체의 대변인격인 할레드 압델하미드는 "11일 시위는 카이로 시내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12일에도 2차 시위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90%이상이 무슬림인 상황에서 기도회를 통해 무바라크 정권에 부정적인 성직자들까지 시위를 독려하고 나설 경우 대규모 유혈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집트 국영TV는 이날 "검찰이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관료 등 4명에 대해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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