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청년 실업이 큰 걱정이지만, 길게 보면 노인 실업이 더 심각한 문제다. 사실 우려되는 상황은 벌써 시작되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작년부터 퇴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95세 이상 살 것 같다고 한다. 집에서 남은 40년 인생을 보내야 한다면, 말년의 생활은 어떻게 꾸려가야 한다는 말인가?
퇴직자들의 새로운 직업 창출
노인들도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길 밖에 없다. 해법으로 제일 많이 제기되는 것이 정년 연장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현실적이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지금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의무화 할 경우 청년들의 반발만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 설사 정년 연장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5년 정도 은퇴를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기존 직장에서 조금 더 버티는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직업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퇴직자들의 뉴 스타트(New Start)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제2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제1의 교육'이 첫 직장을 갖기 위해 기초 교육과 전문 지식을 쌓는 것이라면, 제2의 교육은 자신이 쌓아 온 커리어를 살릴 수 있는 추가 교육이고,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향토사학이나 미술사학 전문가들이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 교육만 받는다면 훌륭한 문화관광 가이드로 새 출발하실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외국어 전문가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면, 그 분들 역시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지식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자는 말이다. 기존 직업에서 일자리 수를 늘리는 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일자리 종류를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화하는 방향에서 일자리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 그래야만 노인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가 상충되지 않는다. 문화관광 가이드라는 새로운 직업이 나타나면 차별화된 관광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그로 인해 외국 관광객도 늘어나면 전체 관광 가이드 일자리의 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제2의 교육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을까? 정부 재정을 투입하여 대학에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제2의 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미에서 퇴직자들간의 '지식 나눔(knowledge sharing)'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싶다. 앞서 든 예를 갖고 말하자면, 외국어 전문가들은 문화 전문가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문화 전문가들은 외국어 전문가들에게 문화 지식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나누어 주고, 나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추가 지식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워 모두 새로운 직업을 갖는 상생의 길을 찾자는 것이다.
'100세 수명'축복 되도록
정부가 이러한 큰 틀의 비전을 갖고 고령자 일자리 대책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동부는 제발 고령자 적합 일자리 운운하는 차원의 정책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고령자도 노동의 주력 계층이 되는 세상이 눈앞에 왔는데, 언제까지 고령자들을 주변 일자리에나 종사하는 노동력으로 취급할 것인가. 또 정년 연장, 임금 피크제 등 노동부의 전통적인 정책 수단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랜드 디자인을 갖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깊은 고민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동정책 전문가뿐만 아니라 교육 노인건강 노인심리 노인저축 및 재테크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100세 수명'이 '쇼크'가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정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의무가 아니겠는가?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