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 전반에 냉각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회담 결렬 후 그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면서 그간의 대화 모드를 대치 모드로 전환했다.
북한은 회담 마지막 날인 9일 천안함 폭침을 "남측의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10일 군사회담 대표단 명의의 공보를 통해 "남측과 상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남측의 최대 관심 사안인 도발 사과 문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자 대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는 압박이다.
이로 미뤄 추가 실무회담 등 남북대화가 당분간 진행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우리 정부도 대화를 위한 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의 공보에 대해 "책임 전가용 선전전"이라며 "남북 간에 쿨링타임(냉각기)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북한이 다시 실무회담 제의를 하더라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밝혀야 회담 진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는 본회담 개최는 물론 남북관계 전반의 개선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사과 등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이것이 꿰어지지 않는다면 그 이후의 수순은 허망하다는 얘기다.
북한의 비공식적인 대화 제의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측이 공식회담에서 천안함ㆍ연평도 사건과 관련 입장을 보여야만 비공식 대화 제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금 회담 제의를 해올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북측이 회담장을 박찼지만 남북 모두 대화의 문을 열고 있는 만큼 대화 재개 가능성도 상존한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날 "실무회담이 결렬됐으니 현재로서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쨌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달 말로 예정된 키 리졸브 한미 연합훈련 이전에도 추가 실무회담이 열릴 수 있다"며 "다시 회담이 열리더라도 그간 남북간에 쌓인 게 많아 진통을 겪지 않고 바로 상황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기존 태도를 바꿔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고위급 군사회담 후 적십자회담, 개성공단회담, 비핵화회담 등을 잇따라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비핵화회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를 다룬 뒤 검토할 것이고,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다면 적십자회담 테이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포함한 여러 사안을 풀어갈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북측의 책임있는 조치를 단호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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