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인 부부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비는 최소 월 210만원. 하지만 실제 준비된 자금은 137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생명이 전국 대도시 거주 2,0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인데, 결국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필요한 돈의 3분의2에도 못 미치는 금액만으로 기나긴 노후의 여정을 맞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은퇴 후 이슈'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내 최대 '싱크탱크'가 문을 열었다.
삼성생명은 10일 서울 태평로 본사에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한 의식과 준비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크게 취약하다"며 "은퇴 대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선진형 은퇴설계 모델을 만들어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기업이 만든 전문연구소로는 드물게, 연구인력만 100명에 달하는 메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연구조사팀, 퇴직연금팀 등 5개팀 외에 학계 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10명 내외의 외부 자문위원단도 꾸려 전문성을 강화했다.
연구소는 또 '은퇴정보 웹사이트'를 구축, 일반인들에게도 은퇴 준비에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동시에 쌍방향의 소통 채널로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또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은퇴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포지엄이나 컨퍼런스 등을 마련해 바람직한 은퇴 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연구소는 우선 은퇴준비에 대한 인식전환의 주요 아이템 중 하나로 '부동산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를 적극 강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고령자들의 경우 노후자산이 집이나 부동산에 몰려 있어, 은퇴 후 유동성확보에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은퇴 예정자들의 자산구성을 보면 부동산이 74%나 차지하고 있어 은퇴 후 당장 현금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며 "금융자산을 선진국 수준인 50%를 유지하는 식의 자산 포트폴리오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소 초대소장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우재룡씨가 맡았다. 우 소장은 "국내 베이비부머 세대(55~63년생)는 자녀교육 등으로 인해 재무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은퇴 후 어떻게 살 지 조차 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앞으로 종합적인 은퇴 설계 프로그램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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