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1조1,000억원대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당연히 코스피지수도 2,010선 이하로 폭락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후 증시를 주도해온 외국인들의 본격적인 '엑소더스'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37.08포인트(1.81%) 급락, 2,008.50으로 마감했다. 1월19일 고점(2,115.69)을 찍은 지 3주만에 107포인트나 밀려나면서, 이젠 2,000선 사수도 버겁게 됐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97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코스닥시장에서 처분한 47억원까지 합치면, 순매도액은 1조1,000억원이 넘는다. 작년 '11ㆍ11 옵션쇼크' 때의 순매도액(1조3,094억원)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최근 그 강도가 높아졌을 뿐 외국인은 사실 1월 중순 이후 한 달간 닷새를 제외하고 매일 주식을 팔아왔다. 이달 들어서만 팔아 치운 주식은 1조7,9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선 벌써부터 외국인의 '바이(buy) 코리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이(bye) 코리아'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앞으로 1~2개월간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아시아 신흥국 시장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대만을 제외한 한국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올들어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지난 주에만 70억 달러가 유출됐으며, 그 전주까지 포함하면 누적 매도규모는 100억달러가 넘는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자금의 선호가 신흥국 시장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갔고 ▦우리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기 때문"이라며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괜찮다고 확인되면 외국인 자금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들이 당초 아시아 신흥국 중 한국은 안전하다고 여겨졌지만,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아시아 전체로 확대되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차익실현도 대충 마무리되고 있어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증시의 수급 주체가 외국인에서 국내 자금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아직은 외국인이 내놓은 주식을 국내 자금이 모두 받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2,000선 근처까지 조정을 받은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덕분에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10원 상승해 1,117.00원을 기록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