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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팔 비틀어 저축은행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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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팔 비틀어 저축은행 살리기

입력
2011.02.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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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 처리를 위해 은행들에게 예금보험기금의 공동계정 참여,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요구한 금융당국이 또다시 시중은행에게 손을 벌렸다. '뱅크런'(예금인출사태) 등 갑작스런 사태가 터졌을 때, 대형시중은행들이 돈을 지원토록 하자는 것. 말이 손을 벌린 것이지, 사실은 팔을 비튼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발상은 명쾌하다. "은행들은 어려울 때 장학금을 받았으니 이젠 기부도 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은행들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외화 유동성 위기 때 '금융시스템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공적 자금과 외환보유액, 한미통화스와프 자금까지 엄청난 지원을 받았다. 저축은행 부실이 올해 금융권에서 커다란 리스크로 부각된 마당에 시중은행이 금융권의 일원으로서 위기를 넘기는 데 역할을 한다면 간접적으로 은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금융부실을 이런 식으로 풀어야 할 까. 예보기금의 저축은행 계정 적자가 커지자 다른 계정에서 빌려 썼다. 그것도 여의치 않자 공동계정을 만들어 다른 업권을 참여시키기로 했다. 공동계정 규모가 부실 처리에 모자라자 그 돈으로는 이자만 내고 시장에서 10조원을 빌린고 한다. 시장 내 인수합병이 잘 이루어지지 않자 은행지주사에게 저축은행을 인수하라고 권유했다. 추가로 영업정지 등이 발생할 경우 예금인출사태가 우려되자 은행에 유동성 공급 역할도 맡겼다. 임기응변의 연속이다.

무작정 공적자금을 넣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뭐든 일관된 원칙은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맏형이 여유가 있으니까 어려운 막내 동생 도와주라는 '가부장적 발상'으로 금융부실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당장의 '불 끄기'만 서두른다면, 지금 수준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책임소재 규명에 소홀해져 자칫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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