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들이 금미305호를 석방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금미호 석방을 둘러싼 가장 큰 의혹은 몸값이다. 정부 당국은 "몸값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우리도 왜 풀어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들에게 최소한의 대가가 건네졌을 것이란 정황까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
정부 설명대로라면 해적들은 납치한 123일 동안 선원 43명을 먹이고 재워준 비용도 안 받고 풀어준 것이 된다. 해적들은 통상 석방 협상 때 몸값을 올려 받기 위해 고액의 식대를 포함시키곤 했다. 외교소식통도 "앞서 삼호드림호의 석방금이 950만 달러라는 최고 기록을 세운 이면엔 인질들의 밥값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한때 석방금 650만 달러를 요구했던 해적들은 금미호가 납치 전 포획한 생선에도 손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미호 닻까지 떼어간 해적들로선 마음만 먹으면 15만 달러가 넘는 이 어류를 판매해 거액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또 금미호 선사가 지급 능력이 없다면 몸값 대신 금미호를 원했을 법도 한데 해적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해적들이 금미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상쇄할 수단마저 포기한 이유가 다른 데 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정부의 역할 역시 미스터리의 하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원칙이란 해적과는 협상하지 않고, 몸값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보름 전부터 정부 내에선 "금미호가 조만간 석방될 것"이란 낙관론이 흘러 나왔다. 우리 정부 대신 케냐 당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억류 선원 중 39명이 케냐 출신인데다 납치 전 금미호는 사실상 케냐에서 활동했다.
케냐 몸바사 항에서 선박 에이전시 겸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종규(59)씨의 행보는 궁금증을 더한다. 석방 과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석방 초기에는 몸값의 존재를 인정했다가 나중에 부인했다. 그러나 이런 의문을 풀어줄 금미호는 현재 케냐로 이동 중이다. 정부 당국은 "선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역시 삼호드림호나 삼호주얼리호 석방 때와 판이한 양상이다.
한편 금미호는 10일 오전 8시16분께(한국시각) 소말리아 영해 밖 공해에서 유럽연합 함대 소속 핀란드 함정과 만나 연료와 식량을 공급받았다. 금미호는 14일쯤 케냐 몸바사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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