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이 남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영유권 문제를 두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러시아 대통령의 이 지역 방문을 “폭거”라고 비난하자 러시아는 9일 군비 강화로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일본은 “러시아의 불법점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좀처럼 반환 협상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일본과 영토분쟁 지역인 남쿠릴열도에 무기를 추가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군비 강화 지시는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지난해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남쿠릴 열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최근 “용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한 데 대한 대응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국방, 지역개발장관에게 “추가로 배치할 무기는 우리 영토의 분리할 수 없는 부분의 안보를 확고히 할 수 있을 만큼 현대적이고 충분해야 한다”고 말했고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은 이달 말까지 추가 배치 무기를 파악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와 별도로 2013년께 프랑스에서 사들일 미스트랄급 강습양육함을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태평양함대에 배치할 전망이다. 일본을 염두에 둔 ‘남쿠릴열도 방위’가 목적이다. 이 함정은 헬리콥터 16대, 병력 900명을 수송할 수 있어 상륙작전에서 높은 기동력을 발휘한다.
이와 관련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장관은 10일 러시아 방문에 앞서 “중요한 것은 국제법에 비추어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점”이라며 “(러시아 정부의) 요인 누가 몇 명 가더라도 또 군사 태세를 강화하더라도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법적 평가가 바뀌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에하라 장관은 “러일관계는 중요하고 경제, 기술, 환경 등 협력 분야는 무한정”이라며 “러일의 잠재력을 열어가는 노력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해 11일 양국 외무장관회담에서는 영토문제보다 경제협력 등을 중점 논의할 뜻을 내비쳤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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