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장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인사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XXX 교사를 데려오고 싶은데 힘 좀 써달라"고 요청했다. 교장에겐 전보 대상 교사의 20%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데려올 수 있는 전입요청권이 있는데 이 교장은 그 인원을 다 채웠음에도 추가로 요청을 한 것이다.
3월1일자 중등교사 정기 인사를 앞둔 시교육청에는 이런 식의 '인사청탁 쪽지'가 100여통이나 비공식적으로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일선 학교의 전ㆍ현직 교장, 교육청의 전ㆍ현직 간부 등을 통해 '아무개 교사를 아무 학교로 보내달라'는 내용으로, 청탁 쪽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집중됐다.
청탁 쪽지의 최초 발신자는 근무 학교를 옮기려는 교사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학교의 교장에게 줄을 댄 뒤 교장으로 하여금 교육청 인사담당자에게 전보 요청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교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경우 시의회 관계자나 교육청 전ㆍ현직 간부들을 통해 청탁이 이뤄진다. 교사들이 선호하는 학교는 근무환경이 좋다고 알려진 강남 지역에 몰려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청탁을 하는 사람이 예전에 학교에서 모셨던 교장이거나 교육계의 윗선 인사들이라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중, 삼중으로 청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몇 년 전만해도 교육감실 주변에서 직접 지시가 내려오는 경우도 적지 않아 인사 원칙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는 것이다.
관행적인 인사청탁이 끊이지 않자 시교육청은 앞으로 인사청탁을 하는 교사와 교육계 인사들의 명단을 모두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정도가 심한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선 청탁의 정도가 심했던 교사를 1차적으로 희망학교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으나 앞으로는 인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사의 인사는 전보 대상 교사의 희망 학교를 고려하되 해당 학교의 과목별 교사 안배 등 인적 구성과 교통 편의 등을 감안해 교사들을 배치하는 게 원칙"이라며 "청탁으로 특정 교사를 특정 학교에 심는 식으로 배치할 경우 묵묵히 일하는 교사들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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