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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주민기피시설 갈등/ 환경 대란 벼랑끝에서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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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주민기피시설 갈등/ 환경 대란 벼랑끝에서 '치킨게임'

입력
2011.02.10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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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경기도 지역에서 운영하는 각종 주민기피시설에 대해 경기 고양시가 불법 시설물 강제 철거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주민기피시설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또 해법은 없는가.

서울시 vs 고양시 커지는 갈등

경기 고양시는 지난 9일 서울시가 운영하는 난지물재생센터의 필수시설 13곳에 대해 2차 행정대집행(강제철거) 영장을 발부해 통보했다. "3월10일까지 센터 내에 허가 또는 신고하지 않은 13개 불법 시설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내용이다.

강제 철거 대상물은 전기실 4곳, 하수 속 인(P)을 제거하는 녹조류 제거펌프실, 분뇨 투입동, 사무실 3곳, 창고 2곳, 작업장, 공장 등이다. 이 가운데 전기실은 센터 전체의 환경 기준을 조절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 시설이다. 이 시설이 모두 철거되면 서울시는 하루 100만 톤에 이르는 생활하수를 환경기준에 맞춰 처리하지 못하게 돼 한강 하류지역 환경 대란을 피할 수 없다.

14일로 예정됐던 1차 행정대집행은 일단 보류됐다. 서울시와 각 구청들이 1차 강제철거 대상으로 지정된 60개 불법 시설의 대부분을 자진 철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포구 폐기물처리시설 등 3곳은 위탁업체가 행정대집행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1심 판결 전까지 행정대집행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고양시 관계자는 "1차 행정대집행은 의미가 없어져 실시하지 않겠지만 2차로 영장을 발부한 시설물 13개에 대해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떤 피해를 입고 있나

서울시민들을 위한 기피시설 때문에 경기도민들은 막대한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게 경기도와 고양시의 입장이다. <설문조사 및 표 참조>

서울 서부지역 분뇨와 생활하수 등이 집산ㆍ처리되는 서울 난지물재생센터(난지하수ㆍ분뇨처리장) 주변은 후텁지근한 여름에는 물론이고 겨울에도 악취가 코를 찌른다. 주민들은 "분뇨 수송차량이 지날 때마다 속이 메스껍다"고 호소한다. 인근 자유로를 주로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악취에 코를 싸쥐는 형편이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이다 보니,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센터 가동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이 검토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칼은 고양시가 빼 들었지만 파주, 남양주 등 다른 지자체들도 같은 입장이다.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의 경우, 성묘철만 되면 시 전역이 교통 체증을 빚을 정도다. 시립묘지로 진입하는 유일한 국지도 98호선(편도 1차선)으로 성묘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곳 묘지(3만5,000여 기)에는 모두 서울시민들이 안장돼 있다. 주민 신모(50)씨는 "서울시민들을 위한 시설이니 서울시가 도로확장 등 기반 시설은 해야 할 것 아니냐"며 "'당신들 무덤 다 파가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묵은 갈등 해법은 없나

서울시는 탄천ㆍ중랑ㆍ서남 등 서울시내에 있는 3개 물재생시설에는 수백억원을 들여 지하화하거나 지상에 공원 등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난지 물재생센터는 "주변 여건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설 현대화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 동안 고양시와 주민들은 '고양시-서울시-경기도'로 구성된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왔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서도 최근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서울시는 "고양시가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고양시는 ▲불법 시설 완전 철거 ▲(난지 물재생센터의 경우) 시설 지하화 및 공원화 ▲적절한 수준의 재정적ㆍ정신적 주민피해 보상 ▲피해 지역에 공공기반 시설 및 문화복지 대책 마련 등 '기피시설 4대 해법'을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4대 해법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울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조은희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담당자들은 고양시를 방문해 조병석 부시장과 면담했다. 서울시 고위직의 방문은 고양시가 역외기피시설 문제를 제기한 뒤 처음이다. 이날 서울시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대응을 삼갔던 서울시의 태도 변화에 고양시가 어떤 화답의 제스처를 취할지 주목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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