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여론몰이에 증세 무관한 저소득층이 더 반대세수 급감 속 복지 위해선 증세보다 감세경계가 더 필요중산층 위한 복지지출 확대·세출 개혁도 절실한 과제
복지 지출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감세로 한해 10조원 가량의 세금수입이 줄어들었다. 2009년 총 국세수입은 2008년보다 3조원 줄었는데, 매년 6조~10조원씩 자연 증가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10조원 이상의 세금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근로소득세는 전년보다 14%, 법인세는 10%, 종합부동산세는 43.3% 줄었다. 원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6.6%)에 훨씬 못 미쳤던 조세부담률(GDP 대비 세금 비율)은 19%대로 떨어져 세금을 적게 내는 대표적인 국가가 됐다.
그렇지만 국민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마냥 기쁜 소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빈곤층 급증과 소득 양극화 속에서 복지수요에 대한 요구가 거세고, 한국이 처해있는 위치를 볼 때 오히려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증세(增稅)가 아니라 감세(減稅)인지 모른다.
세금에 대한 오해와 왜곡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이는 국내 조세개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금을 계층별로 따지지 않고 '1인당 얼마'식으로 계산하는 보도나,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정치권의 여론몰이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 증세의 부담을 지지 않거나 가장 적게 지면서 혜택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저소득층이 중산층보다 더 증세를 반대하는 것. 이런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현재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인 사람도 6%의 소득세를 내게 돼 있지만, 이런 저런 공제를 적용하면 공제액이 소득액을 잠식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납세자 비율이 근로소득세의 경우 40.3%(2009년 기준)에 이른다.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국내 자영업자는 55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적자가 아니어서 소득세를 내겠다고 신고한 사람은 357만명, 이중 소득세를 낸 사람은 276만명 정도다.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이 역시 소득세를 내지 않는 셈이다.
소득계층별로 똑같이 1%포인트의 세율을 깎아줬는데도 결과적으로 '부자감세'가 되는 이유는 이처럼 세금을 내는 사람이 주로 상위 50%의 사람들이고, 소득이 높을수록 감세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증세문제에 있어서 가장 걱정해야 할 계층은 중산층이다. 한국은 그 동안 중산층이 몰락하고 소득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스스로는 부족하다고 여기지만 소득분포상으로는 중산층인 경우가 많다. 즉, 월 400만원 안팎의 수입이면 대부분 상위 30~40%에 속한다. 그런데도 이들 계층은 교육비와 주거비에 시달려, 출산율이 오히려 저소득층보다 낮다. 때문에 향후 복지지출 확대와 증세문제를 논의함에 있어서 전면적인 무상보육이나 아동수당 지급 등 중산층에 대한 혜택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세와 함께 그에 상응하는 세출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외국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액(올해 24.3조원)을 복지분야로 돌리는 문제가 대표적인 개혁과제가 될 수 있다(본보 8일자 11면 참조). 조세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정부지출 규모가 과도하게 커지지 않으려면, 복지지출의 증가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SOC가 주를 이루는) 경제분야의 지출 구조조정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복지국가처럼 소득세를 높일 경우 법인세를 낮춰 근로자 임금상승을 도울 수 있도록 하거나, 부가가치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부유층의 간접세 부담을 늘리는 등의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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