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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교사들 "어떻게 가르치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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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교사들 "어떻게 가르치나" 한숨

입력
2011.02.0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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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비중축소-통합·융합형 교육' 정책 충돌"수업은 파행 치닫고 학생 부담도 되레 늘 것"

"내년부터는 1학년에게 아예 사회를 가르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됩니다."(사회과 L교사)

"수능과 더 무관해진 과학을 열심히 가르치면 학부모 항의가 빗발칠 거에요."(과학과 K교사)

2014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예비 고1학생들의 입학을 앞두고, 사회와 과학 교사들의 고민이 깊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사회와 과학의 선택과목을 2과목씩만 선택하도록 하는 등 비중이 축소돼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대부분 고교에서 1학년 때 기초과목인 '사회'와 '과학'을 가르치고, 2학년부터 세계사 세계지리 한국지리 물리1 생물1 등 선택과목을 가르쳐 왔다. 문제는 수능은 세분화한 일부 과목만 응시하도록 하는데, 올해 고1부터 적용되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새로운 교과서는 통합형, 융합형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엇갈린 두 정책이 교육현장에서 충돌하는 것. 교사들은 "학생이 대입을 위해 공부하려는 것과 학교가 교과서로 가르치는 것이 완전히 다른 과목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내 A고교 수업시간표를 편성한 사회과 교사 L씨는 "새 사회 교과서는 예전보다 더욱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어 공부할 양은 사실상 늘었다"며 "수능에서는 세계사든 한국지리든 선택 2과목만 잘하면 되는데 통합형인 사회수업이 대입에 방해만 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과학도 비슷한 상황이다. 김태우 효자고 교사는 "고1 과정에서 배우는 '융합형' 과학 교과서는 기존의 과목구분 없이 반도체 핵융합 양자역학 관련 교양을 가르치는데, 이는 수능 응시 과목과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과목은 실험도 많이 해야 하고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기 곤란한 내용이 많은데, 대입에 예민한 학생들이 수능에도 나오지 않는 과목 수업에 열심히 참여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학생 부담도 더 늘어났다. 강원지역 과학과 교사 K씨는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융합형 과학을 철저히 가르친다면 학생도 내신을 위해 열심히 하겠지만, 수능은 수능대로 따로 공부해야 해 학생과 학부모의 항의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또 "다수 교사들은 내신에 예민한 학생들을 걱정해 주마간산으로 가르치고 시험도 쉽게 내, 사실상 과학 수업이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벌써 파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는 내년부터는 아예 1학년 사회를 가르치지 않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수 권고 과목인 기초 사회를 가르치지 않고 아예 2학년 때부터 선택과목만을 가르쳐 학생과의 갈등을 피하겠다는 것. 융합형 과학 역시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김태우 교사는 "융합형 과학은 내용도 좋고 교육방향이 바람직한데, 정작 이 취지와 배척되는 수능개편안 때문에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 비롯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회 과학 수업의 파행이 빚을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장은고 광영고 교사는 "학생들은 아무래도 필요한 과목보다 대입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한다"며 "상경대 진학한 학생이 경제를 모르고, 공대에 진학하는 학생이 물리를 모르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영효 전국도덕교사모임 회장(서울 상암중)은 "오래 전부터 고교 교육과정이 대학 입시에 맞춰 운영돼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여러 정책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교과부의 태도가 교실을 도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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