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반응]김대근 선장 부인 "빨리 만나고 싶어"
피랍 123일만에 풀려난 금미305호 선원 가족들은 "지옥에 떨어졌다 살아오는 것 같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금미305호는 지난해 10월9일 케냐 해상에서 조업하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당시 이 배에는 김대근(54) 선장과 기관장 김용현(67)씨, 중국인 2명, 케냐인 39명 등 43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인 2명도 이재천(31), 김걸(28)씨로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왕칭(汪淸)현 출신 중국동포다.
가족들은 갑작스런 희소식에 믿어지지 않는 듯 놀란 가슴만 쓸어 내렸다. 김 선장의 부인 송모씨는 "오늘 연락받았다. 정말 좋다. 지금은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송씨는 선박이 납치된 후 외교부에 탄원서를 내는 등 석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호소해왔다. 송씨는 특히 정부에서 협상금을 대납한다면 어떻게 돈을 갚을 계획인지를 적은 일종의 '사업 계획서'까지 작성하는 등 남편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기관장의 부인도 "남편이 평소 고혈압을 앓았는데 납치 후 몸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는 소식을 들어 걱정이다"며 "특히 말라리아에 걸렸다는 말도 있어 남편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걱정을 놓을 수 없어 빨리 만나고픈 마음 뿐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피랍 이후 선박은 소말리아 해적의 본거지인 하라데레 항에서 3㎞ 가량 떨어진 해상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방 협상은 케냐 몸바사 항에서 선박 에이전시 겸 대리점을 운영하는 김종규 (59)씨가 무슬림 종교단체 지도자 등을 통해 진행했다. 피랍 초기 해적들은 몸값으로 650만 달러를 요구했으나 협상과정에서 60만 달러까지 낮췄다. 해적들은 금미호를 모함으로 활용해 또다른 해적질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이후 지난 18일께 연락이 끊겼다. 김대근 선장은 김종규씨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현재 풀려날 수 있는 길은 몸값을 주는 것뿐이다. 누구든 몸값을 먼저 제공해주면 나중에 갚을 테니 제발 풀려나게 해달라"면서 "나는 당뇨를 앓고 있는데 약을 구하지 못한 상태고, 기관장도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은데 제대로 식사조차 못하고 있다"며 절박한 사정을 호소해왔다.
금미수산 대표였던 김 선장은 2005년 11월 아프리카 어장 개척을 위해 케냐로 떠났으나 선박 고장이 잇따르고 어장개척에 실패하면서 2007년 부도를 맞았다. 이에 따라 금미305호도 1억5,000만원 가량 담보가 잡힌 상황이었고 김 선장은 선원 월급을 지급할 형편이 못돼 지난해부터 직접 배를 몰았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