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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절대 다수가 소외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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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절대 다수가 소외된 나라

입력
2011.02.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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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씨가 감사원장 후보를 사퇴하면서 한양대 출신인 자신은 일류 대학을 나오지 못해 검찰에서 마이너리티, 비주류로 살아왔다고 말했다는 소식은 다수 국민에게 절망감을 주었다. 그리 말한 당사자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SKY로 지칭되는 세칭 명문대 출신이 아니어서 그를 보호해 줄 세력이 없었다는 세간의 평이 권력 중심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좌절하게 된다.

명문대 출신이 권력 독점

이러한 감정을 또 한 번 불러일으킨 것이 헌법재판관으로 이정미 부장판사가 지명된 이유의 하나가 비(非)서울대 출신이라는 중론이다. 대법원이 온통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구성되다 보니 고려대 법대 출신조차 비주류가 되어버렸다.

왜 이처럼 권력을 극소수 대학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것일까? 먼저 대입 시험이 수험자의 학업 능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품성까지 정확히 측정하였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자질이 우수한 인재들이 최고 학부에 모이고, 이들이 다시 법원을 지배하는 최고 엘리트가 되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대입 시험이 그렇게 포괄적이고 우수한 평가 도구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다음으로 대학이 엄청난 교수진을 바탕으로 인재들을 훌륭하게 교육시켰기 때문에 졸업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과 인성을 갖게 되었다는 가정이다. 그런데 사법고시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절이나 고시원에 파묻혀서 각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정석 코스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시 합격생들이 대학 교육에만 전념하지 않았다는 반증이 된다. 따라서 이 설명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면 혹시 학맥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중요한 공직에 가기 위해서 동문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끈끈한 유대를 강화한 결과가 다른 대학 출신들을 모두 소수자로 전략시킨 것은 아닐까?

대학 입시를 앞두고 부모들이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가면서 사교육에 올인 하는 것은 대학 간판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때문일지 모른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서열은 결정되어 있고, 그에 따라 삶의 순위도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일 수 있다. 100살까지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 스무 살 때 한 번의 경쟁이 앞으로 80년을 지배한다는 것을 실감한다면 그들 다수가 짊어져야 하는 암울함은 끔찍하다. 희망이 없다면 의욕도 없다.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소수의 권력 소유자들이 그들의 이익 보호와 강화를 위해 다수를 소외시키는 사회 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 소수가 배타적으로 향유하는 권력의 부당함도 마땅히 시정되어야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소외된 다수가 두 번째 기회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한계 짓고 자부심과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다. 다수는 이미 소외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에 권력자를 존중하지도 않는다. 결과적으로 엘리트와 대중 사이의 구조적 분리와 갈등의 심화는 필연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뿐 아니라 사회 경쟁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 소외와 갈등 깊어

우리 사회는 병역과 대학 입시에 있어서는 평등의 문제는 히스테릭할 정도로 절대 평등의 잣대를 가지고 있다. 이들 문제에 관한 한 융통성을 인정할 수 없으며,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발견되거나 심지어 의심되는 경우에도 모든 사회적 명망을 잃는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이처럼 과도한 정도로 민감한 원인은 과거에 권력 향유자들이 부당하게 특혜를 누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경험하는 소외와 좌절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 폐쇄적인 권력 공동체의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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