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최치훈 사장 부임 이후 삼성카드는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회사가 됐다. 2002년 카드대란 당시 '사고만 치지 말라'는 이건희 삼성 회장 지시 이후 이어진 '보수적 경영'에서 탈피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 회사는 5년간 매월 300만원 사용을 약정하면 360만원의 포인트를 미리 지급하는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 삼성카드가 주춤하던 틈을 노려 공격 경영으로 업계 2위에 오른 현대카드의 올해 전략은 '내실 다지기'다. 확장 경영을 주도하던 정태영 사장이 "다른 사람들이 OK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며 태도를 바꾼 것. 이에 따라 이 회사는 7만~10만원의 연회비를 부담하는 프리미엄 시장에 대한 마케팅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2011년 카드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 계열 카드회사가 완전히 상반된 전략을 들고 나온데다가, 자금력이 막강한 신규 참여자의 등장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당국의 규제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여, 업계 전반의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요컨대 시장 상황에 각 업체가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신한카드 독주 속에 KB, 현대, 삼성이 다툼을 벌이던 기존의 '1강-3중' 구도가 허물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신규 경쟁자의 등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KB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해 전업계 카드사로 출범하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한 울타리에 모이면 기존 상위 업체의 지배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업 진출을 모색 중인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가 실제로 행동에 나설 경우에도 업계에 적지 않은 파란이 예상된다.
통신사의 카드업 진출도 기존 업체에게는 주요한 상황변화이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와 손을 잡는 형태로 카드와 통신을 융합한 신규 서비스로 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KT마저 비씨카드를 인수해 카드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KT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비씨카드 지분을 대부분 인수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이 협상이 타결되면 비씨카드의 2대주주가 된다.
올해 외부 환경도 유독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의 압박으로 3월부터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과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가 확정된 상황인데, 이 경우 업계 전체로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금리가 인상되면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줄어들고, 연체율이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환경이 엄중해진 때문일까. 예년과 달리 업체마다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확정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이 공격경영을, 현대가 내실경영을 선언한 데 이어 KB카드는 최기의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분사 후 출범하는 신규 회사의 사장으로 내정하는 한편 업무 영역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경영전략이 워낙 상이해 시장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일부 회사는 경쟁 구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한카드의 독주체제가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은행계 카드사(신한)를 전업계 카드사(현대, 삼성, 롯데)가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2위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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