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국집은 (자장면 말고) 단무지가 제일 맛있다.” 한때 우스개로 회자되던 말인데, 막바지에 접어든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딱 그 모양이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아이리스’의 번외편을 표방한 ‘아테나’는 2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이고 정우성 수애 등 잘 나가는 스타들을 대거 기용해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아이리스’의 남북대결 구도를 끌어오면서 대 테러 활동으로 외연을 넓힌 중층적 이야기 구조도 첩보액션 드라마의 진화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소리만 요란했던 빈 수레나 다름없었다.
첩보물이란 간판이 무색하게 엉성한 이야기 전개, 화려한 비주얼로는 빈틈이 메워지지 않는 액션신, 막판까지도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설정 등은 대체로 시청률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여느 드라마와 달리 첫 회 22%였던 시청률이 10%대로 내려앉는 기현상을 낳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시청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카메오 군단의 열연이다. 첫 회에서 테러단체 수장 역의 차승원과 육탄 대결을 펼쳐 눈길을 끈 파이터 추성훈은 7일 방송분에 다시 등장해 총격전 끝에 주인공 정우(정우성)를 구하고 장렬히 숨지는 역할로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다. 8일 방송에선 ‘아이리스’에서 북한공작원 김선화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김소연이 출연해 시쳇말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에선 뉴질랜드에서 새 삶을 누리던 선화가 남편과 딸을 죽인 북한공작원들을 처치한 뒤 복수를 다짐하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키운 선화의 등장과 액션부터 감정 신까지 깔끔하게 소화한 김소연의 열연을 두고 시청자들은 “진작 좀 나오지 그랬냐” “이제야 드라마 볼 맛 난다”는 등 호평을 쏟아냈다.
‘아테나’는 이밖에도 테러단체의 납치 표적이 된 대통령 딸 역의 이보영을 비롯해 가수 보아, 그룹 샤이니 등 중량급 카메오들을 줄줄이 출연시켰다. ‘카메오 열전이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눈요깃거리로나마 채널 돌아가는 걸 막는 데는 성공했다. 통상 카메오는 극의 재미를 살려주는 양념 역할인데, ‘아테나’에서는 맛없는 자장면 대신 씹는 명품 단무지가 돼버린 셈이다.
김소연의 활약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대작 드라마의 자존심을 얼마나 살려낼 지가 마지막 2회를 남겨둔 ‘아테나’의 최종 감상 포인트가 될 듯하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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