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상담소나 정신과 병원을 가도 소용이 없었는데 경찰관 상담을 하고 나더니 폭력을 자제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경기지방경찰청 청소년지원전담경찰인 박종억(39) 경사에게 상담을 받은 한 학생의 부모가 남긴 말이다. 용어부터 생소한 청소년지원전담경찰은 교육현장에 파견돼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등을 상담하고 선도하는 경찰관으로, 전국에 3명밖에 없다. 지난해 7월 경기경찰청이 최초로 수원시, 용인시, 구리·남양주시에 한 명씩 배치했는데, 박 경사는 용인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6개월 남짓한 기간이지만 박 경사는 용인지역 20여 개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80여 차례 경찰위원으로 참석했다. 개별 상담한 비행청소년들은 모두 25명인데 학교에서 '1진'으로 불리는 학생들로, 한번 이상 갈취나 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경험을 갖고 있다. 박 경사는 "학교나 청소년상담소가 두 손 든 학생들이 주로 찾는다"며 "화성 수원 등 용인 인근 지역에서도 부모가 데리고 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청소년지원전담경찰은 비행청소년들에게 최후의 보루다. 이 선 넘으면 그 때는 선도가 아니라 수사가 된다. 학교폭력 문제의 최일선에 선 박 경사의 눈에 비친 학교폭력은 어떤 수준 일까.
"이미 도를 넘어선 것 같고, 특히 중학생이 심하다. 결손가정이나 저소득층에서 비행이 잦다는 것은 옛말이다. 최근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폭력의 구심점 역할까지 하는 경향이 높다."
박 경사가 상담한 학교폭력 사례는 상상 이상이다. 폭력을 수반한 강요는 상납 고리처럼 고학년에서 저학년으로 내려가고, 이 과정에서 선량한 학생들까지 피해를 입는다. 그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돈을 걷어오라'고 하는 것은 예사고, '여자를 데려오라'고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 경사는 폭력 가해자들이 뉘우치기는커녕 오히려 폭력을 정당화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그는 "가해 학생들은 '쟤가 맞을 짓을 했다'는 생각에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학생들에게 무엇이 잘못인지를 깨우치도록 하는 게 상담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경사는 "처음에는 비행의 원인을 문제학생에게서 찾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상담한 학생들 부모 10명 가운데 9명은 1주일에 자녀들과 대화시간이 1시간이 채 안됐다"며 "외톨이가 된 학생들이 끼리끼리 뭉치면 결국 비행으로 이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경사는 학교별 전교생을 대상으로 상ㆍ하반기 1회씩 진행하는 범죄예방교실 등 기존 선도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불특정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은 한계에 도달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군에 속하는 10% 학생들의 비행을 집중적으로 막으면 피해자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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