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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전쟁 타깃 '기름값' 진실은/ 고환율 덕봐서 정유업계 이익 급증한 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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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전쟁 타깃 '기름값' 진실은/ 고환율 덕봐서 정유업계 이익 급증한 건 사실

입력
2011.02.09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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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모(40)씨는 최근 승용차를 집에 두고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데 이젠 15만원이나 들어 생각을 바꾼 것. 김씨는 또 지난해부터 써 온 스마트폰을 예전 휴대폰으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통신비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면서 정부도 칼집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업계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기름값과 통신비의 진실은 무엇인 지 살펴봤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2,000원에 육박하며 기름값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독과점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정유사들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세금이 리터 당 1,000원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

논란은 휘발유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8일 서울 지역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1,903.04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은 것은 2008년 8월4일(ℓ당 1,901.26원)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선 정유사들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몇몇 정유사가 시장을 독점, 경쟁자가 없다 보니 가격 인하 요인도 없다는 게 정부의 문제 의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우리나라 기름값의 세금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 높은 기름값이 세금 때문이란 정유업계의 오래된 주장에 미리 차단막을 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조사가 가능한 OECD 22개국의 휘발유 가격과 세금 비중 등을 비교해본 결과, 우리나라 휘발유의 가격 대비 세금 비중 순위는 19위였다. OECD 평균 보다 세금이 낮다는 것. 반면 세전 휘발유 상대 가격은 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1월 1~3주 OECD 국가의 세전 고급 휘발유 가격을 평균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113.2로 높게 나왔다는 것이 근거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석유 대책반(태스크포스)에서 가격결정 구조의 합리성을 검토, 유통구조 개선방안 등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선 정부가 업계만 희생양을 삼으려 한다며 볼멘소리이다. 정유업계에선 일단 기재부가 이날 내 놓은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OECD 국가들과 세전 휘발유 가격을 비교하며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고급 휘발유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것. 더군다나 휘발유가 연소할 때 이상 폭발을 일으키지 않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옥탄가가 우리나라 고급 휘발유는 100 이상인 반면 다른 OECD 국가 들은 95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옥탄가는 수치가 더 높을 수록 고급 휘발유다. 정유업계에선 오히려 옥탄가가 94미만인 보통 휘발유를 기준으로 삼아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세전 휘발유 가격이 OECD 평균보다 5% 가량 더 싸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유업계에선 나아가 기름값 인하를 위해선 유류세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1월 넷째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1,830.72원 중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교육세+주행세+부가세)은 903.80원이나 됐다. 10만원 어치를 주유하면 5만원은 세금이란 얘기이다.

업계에선 또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휘발유 가격이 1,900원대로 치솟았던 2008년 8월은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40달러까지 거래되던 때였다. 반면 지금은 국제 유가가 100달러도 안 되는 데 이미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돌파했다. 이는 당시 원ㆍ달러 환율이 1,010원대였던 데 비해 지금은 1,110원 안팎인 점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러한 업계의 주장도 사실 정유사 실적을 따져 보면 설득력이 약해진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정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5.1% 늘어난 30조3,617억원, 영업이익은 23배 커진 9,854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26.5% 늘어난 35조3,158억원, 영업이익은 60.3% 증가한 1조2,001억원의 성적표를 내 놓았다. 한 전문가는 "대기업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고환율 정책이 결국 국제 유가는 100달러도 안 되는데 국내 휘발유 가격은 사상 최고가로 치닫게 한 기형적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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