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ㆍ29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한시적 완화 조치의 연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1~2월 주택시장 동향을 보겠다고 여지를 터 놓았지만, 업계 로비와 경기부양 요구 등에 밀려 연장 쪽으로 기우는 기색이 역연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 상황이나 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DTI 규제 완화는 예정대로 3월 말 종료하는 것이 옳다. 가계부채 문제가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각되는 점을 보면 더욱 그렇다.
연장을 주장하는 최대 근거는 집 매매ㆍ임대 시장의 거래 활성화다. 지난해 12월 아파트 실거래 건수가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완화조치의 약효가 나타났으나 전반적 시장분위기는 아직 쌀쌀하고, 매매시장 침체는 전ㆍ월세 대란을 더욱 부추기니 유인책을 계속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DTI규제 완화를 정밀하게 운용하면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주장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우선 올 2월 서울지역 아파트 값이 사상 최고치였던 작년 2월 대비 97%까지 회복됐다는 업계조사는 규제 완화를 거둬들일 때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가격 회복이 완화조치 덕분이라면 그 역할을 충분히 한 셈이며, 다른 요인 덕분이라면 효과가 없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매매가 활성화돼야 전ㆍ월세 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 역시 지난 몇 달간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살아날 때 전세난은 되레 확대된 현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세난은 DTI규제가 아니라 양질의 저가 주택의 수급불일치 탓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기술적 논란을 떠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부정합성(不整合性)이다. 지금은 물가를 부추기는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시기다. 한 쪽에선 대출을 죄고 다른 쪽에선 대출을 완화하는 정책 충돌은 시장의 불신과 불안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올해 상환이 도래하는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64조원 중 90%가 1~3분기에 집중된다. 금리 상승기에 DTI규제를 완화해도 중상층 이하 가계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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