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이 지속되면서 정책 당국이 초비상이다. 속도와 폭이 문제일 뿐 금리인상 추세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자 부담의 증가에 따른 가계부채의 부실화나 부동산 경기침체 가능성이 그 것이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물가와 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본질이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등은 어디까지나 부차적 고려 사항이다. 더욱이 현재 가계부채나 부동산 문제가 금리 인상의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부동산 시장은 최근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급락 위험성마저 제기되던 지난해 중반과는 다르다. 가계부채 역시 우리 경제의 잠재 불안요인이나 당장 큰 문제를 야기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의 114%에서 현재 150%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아 위험 수준에 이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난해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는 느려진 반면, 소득 증가세는 빨라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소폭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말 50% 수준이던 개인 부문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주식시장 호조에 힘입어 45%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이다. 가계대출의 절반 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고 고소득층의 대출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칠 충격이 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가계대출이 소득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택 관련 대출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보듯, 부동산 가격 상승에 편승하여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하게 대출받은 가계가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주택가격 동향을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3월말 시한으로 완화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다시 원상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계 전체로 보면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이자 지급보다 이자 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더 크다. 다만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 규모가 큰 중간소득 계층 이하, 특히 저소득 계층이 이자부담 증대와 대출 부실화 위험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다. 만성적 적자 상태인 저소득층의 가계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해 대출자금 이용을 쉽게 해주고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경제주체가 대비하고 적응할 여유를 갖도록 금리 인상도 점진적인 방식이 바람직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변동금리 및 만기 일시상환 위주인 가계대출 구조의 개선이 요구된다. 대출 수요를 부추기는 거치기간 연장 관행에 제동을 걸어 장기분할 대출을 늘리고, 고정금리 대출이 확산되도록 해 금리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계가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것은 대출 당시 고정금리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금리변동 위험을 일방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어 금리 인상기에 부담이 커진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최근 논의되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다. 근본적으로는 위험관리능력이 가계보다 우월한 금융기관이 금리변동 위험을 떠 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바람직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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