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로 알려진 미국의 탐험가 로이 채프만 앤드루스(1884~1960)가 1912년 울산 장생포를 찾아왔다. 그가 찾아온 이유는 고래 때문이었다. 앤드루스는 당시 멸종위기의 캘리포니아 회색고래(Gray Whale)가 한국 연해에 출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
1912년 1,2월 일본의 동양포경주식회사 장생포 기지에서 머물며 그는 Gray Whale과 같은 고래인 우리 귀신고래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 귀신고래가 캘리포니아 Gray Whale과 회유로가 다른 고래인 사실을 밝혀내고 KOREA란 이름을 선물했다. 앤드루스의 논문에는 귀한, 당시의 귀신고래 사진까지 남겨 탐험가였던 명성을 지금까지 인정받고 있다.
그때 우리 바다는 귀신고래의 바다였다. 앤드루스가 방문한 1912년 한 해 동안 일본은 우리 연해에서 무려 188마리의 귀신고래를 잡았다. 앤드루스의 논문에 도움을 주어 감사하다고 거명한 사람들 중에 멜솜이 나온다. 노르웨이 출신 포수였던 멜솜은 우리 귀신고래를 잡으며 '마치 두고 온 것을 가지러 온 것 같았다'고 했다.
내년이 앤드루스가 장생포를 방문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 사이 Gray Whale과 귀신고래의 사정은 완전히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그가 다시 장생포를 방문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