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48)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난해 말 20대들을 위해 쓴 때문이다. 한달 반 만에 16만권이나 팔렸다. “진짜 괜찮은 선생님을 둔 서울대 생들이 처음으로 부러워졌다” “10년 전 대학시절에 이런 멘토를 만났더라면…” 등의 글이 인터넷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책이 왜 이렇게 많이 팔렸나’는 질문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다그치지 않았으니깐, 힘든 걸 위로해주니깐”이라고 답했다. “기성세대들은 ‘니들이 가장 좋을 때다. 뭐가 걱정이냐’고 말합니다. 또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야 한다며 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픔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주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교수님’이 아닌 ‘란도샘’으로 불린다. 이렇게 불린지가 벌써 14년이다. “교수님보다 란도샘으로 불리는 게 훨씬 좋습니다. 제가 인생 선배로서 뭔가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거든요.” 그는 학교 밖에 있을 때도 늘 연구실 문을 열어둔다. 상담하러 온 학생들을 밖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게 미안해서다. 그래서 학생들은 친구들한테 얘기 못하는 것도 김 교수한테는 편하게 털어놓는다. “전과를 해야 하나” “집에서는 고시를 보라고 하는데 연극이 하고 싶다” 등의 진로문제에서부터 친구관계, 애인관계에 이르기까지 상담의 스팩은 넓다. 연구실에서, 술자리에서, 트위터, 블로그를 통해 학생들과 늘 소통하는 그를 ‘란도샘’이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듯 했다.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힘들 때 누구와 상의하느냐’고 설문조사를 했더니 ‘교수’라고 대답한 학생은 5명밖에 안됐습니다. 서글픈 현실입니다.”
서울대 법대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소비자학 교과서도 여러 권 펴낸 이른바 ‘잘 나가는’ 교수이지만 그 역시 한때는 방황하던 청춘이었다. “아버지(검사)의 영향으로 법대를 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았고, 관료가 되고 싶었지만 행정고시에는 번번이 떨어졌죠. 남들이 볼 때는 아무 걱정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죽고 싶단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김 교수는 대뜸 “인생의 전성기가 언제일까요?”라고 물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29살을 전성기로 생각하더군요. 곰곰이 뜯어보면 그만큼 젊은이들이 조급증에 시달리고 있단 얘기입니다. 이제 시작일 뿐인 나이인데.” 그는 “기성세대와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조급증을 부채질 하고, 이런 조급증이 청춘들에게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모라고 했다. 그는 “공부 잘하고, 부족함 없어 보이는 친구들이 실은 연애나 대인관계에서 답답할 만큼 미숙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찌질이 알파’들이다. “요즘 부모들은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해. 나머지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줄게’라고 합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부모 이기는 자식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생이란 엄마가 다 알아서 해주기로 했던 공부 이외의 나머지 것들에 달려있죠. 대학생들이 엄마를 반드시 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20대는 인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아침입니다. 우직함이 필요합니다. 영화로 치면 신인상을 받으려 하지 말고 주연상을 받으라는 겁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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