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집트 군부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권력을 승계하는 것인가, 1일 뉴욕타임스는 군부가 정권을 차지한 반증으로 무바라크 대통령이 대통령궁을 떠나는 것을 들었다. 군이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거부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실상은 군부가 정권을 이미 장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부가 민주주의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을 할 것인지 새로운 군사 독재가 시작될 것인 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아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군은 이날 오전 최고 지휘관 회의를 연 뒤 무바라크의 개혁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놨다.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을 보장한다"는 성명 내용은 군부가 앞장 서 9월 대선까지의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무바라크가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본인이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과정에서 국외로 추방되거나 독재의 과오를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집트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인 군이 그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면서 퇴임 후 안전판까지 마련하는 모양새가 됐다.
시위 초기 군인 출신의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 임명했을 때부터 군과 무바라크의 담합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 연장선상에서 군부 감독 하에 술레이만 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군이 10일 "시민들의 적법한 요구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밝혔던 것도 사실상 시위대의 예봉을 꺾기 위한 술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술레이만을 뒤에서 지지하는 미국과 보조를 같이 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하는 측면도 엿보인다.
권력 공백기 상황에서 군이 직접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개연성도 있다. 야권 지도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조차 11일 트위터에 "군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이집트에서 군의 신뢰는 높다. 군 입장에선 또 군 관련 산업이 이집트 전체 경제의 5~15%에 달하는 만큼 사회 안정이 급선무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군부의 친위 쿠데타가 성공에 이룬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Ap통신은 "군이 혼란기에 권력을 공고히 했다"며 "군사력과 홍보력을 적절히 활용, 국익의 최종 수호자로 자리매김하면서 부드러운 쿠데타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1971년 터키군의 쿠데타 발표문도 이날과 같은 '코뮈니케' 형식이었다는 점에서 이집트 군이 사실상 권력을 접수하고 차례로 입장을 내놓능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올해 63세인 사미 아난 참모총장이 주목 받는다. NYT는 80대의 무바라크와 달리 아난 총장이 젊은 군인들을 대변하며 친미 성향이 더 강해 미국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또 아난과 함께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이나 군 출신의 술레이만 부통령,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 등 4명을 주목해야 한다고 미 주간 타임은 전망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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