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무너진 집값 찔끔 반등, 본격 회복 아직은…
"서브프라임이 뭐예요?"
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2008년 여름 초등학교 4학년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서브프라임이란 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집을 담보로 하여 무리하게 받은 대출"이라는 엉성한 대답을 하면서,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가 초등학생도 궁금해 할 정도로 모든 이의 관심사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년여. 베어스턴스, 리먼브라더스 등 쟁쟁한 투자은행들을 무너뜨렸던 서브프라임 발 금융위기는 미국 정부 및 연방준비제도(Fed)의 적극적인 대책에 힘 입어 점차 진정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위기의 근원인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먼저 주택가격을 보자. 미국인들은 집값이 오르면 오른 부분만큼을 담보로 추가로 대출받아 이를 소비 등에 사용해 왔다. 이를 두고 앨런 그린스펀 전 Fed의장은 "주택을 현금자동인출기로 이용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집값에 버블이 생긴 것도 이 영향이었다. 결국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2006년 7월 이후 주택가격은 33%나 급락했다.
하지만 2009년 4월 이후 집값 상승폭은 겨우 3% 수준. 본격적인 회복을 이야기하기엔 미흡하다. 시장의 일부 전문가들은 연내 미국 주택가격이 10% 정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최근 소폭 증가한 주택판매를 근거로 주택시장 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주택 판매의 40% 가량이 부도로 압류된 주택을 금융기관이 매각하는 경우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주택시장의 건전한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주택시장 상황을 보다 정확히 나타내는 신규주택 판매가 본격적인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국 주택시장의 근간인 주택금융시스템이 붕괴된 것도 우려를 낳는다. 미국인들은 집을 구입할 때 거의 예외 없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활용한다. 주택금융의 공공성을 일찌감치 인지한 미국은 1930년대부터 페니매(Fannie mae), 프레디맥(Freddie mac) 등 공공기관을 설립해서 서민들의 주택마련을 도와왔다. 그러나 이들 공공기관도 금번 금융위기 여파로 손실이 누적되어 정부의 보전관리를 받게 되었다. 주택금융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미국 정부는 조만간 페니매 및 프레디맥의 체제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 하지만 무너진 시스템을 완전히 복원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민간 주택금융시장은 주택시장 버블이 최고조에 달하였던 2006년 신규 모기지의 26%를 담당했지만, 작년에는 1%로 급락하며서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물론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지난 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이 9.0%로 2009년 4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2010년 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도 3.2%로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했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불안, 중국의 긴축 등 대외요인과 함께 그간의 금융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 개입에 따른 부작용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1997년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금융위기와는 달리 미국은 개별 금융기관의 구조조정보다 Fed를 통해 엄청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미국의 국가부채는 법정한도인 14조3,00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정부개입에 따른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전세계 경기침체를 가져온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인 주택시장의 본격 회복 여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진섭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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