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인 의문사… 전문가 의견도 갈려"목에 손자국 없어" "수건 등 사용땐 흔적 안 남아"부인 상처·남편 DNA… 부부싸움엔 대체로 동의
만삭의 의사부인 사망사건의 사인을 두고 경찰과 피의자의 진실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법의학과 범죄학 관련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부싸움과 살인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이 정도면 범행 입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이 팽팽하다. 이는 남편을 범인으로 볼만한 다수의 정황증거와 물증에 방점을 두느냐, 일부 반대증거나 정황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숨진 박모(29)씨와 남편인 피의자 A(32)씨 간에 부부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박씨의 손톱에서 발견된 남편의 DNA와 남편의 체육복에서 채취한 박씨의 혈흔, 박씨의 얼굴과 몸에서 발견된 멍 등이 근거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볼 때 둘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는 건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역시 "피의자가 부부싸움이 절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증거는 명백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경찰도 범인으로 지목한 남편의 범행동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왜" "어떻게"라는 살해이유와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부부 싸움이 있었다고 해서 이를 남편에 의한 살인으로 연결하기에는 부검 결과와 경찰이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우발적 살인"이라는 말로 설명하는 반면, 남편은 "사고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편의 팔과 얼굴에 난 상처도 논란이 분분하다. 경찰은 "남편은 피부염(아토피)을 앓아 스스로 긁은 흔적이라고 해명하지만 아토피를 잘 알 법한 소아과 의사가 손톱으로 긁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피부과 전문의는 "수많은 환자들이 무의식적으로 긁어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며 A씨의 진술에 힘을 실어줬다.
직접적 사인인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가 "욕실에서 고개가 꺾이는 순간 기도가 막힌 것"이라는 남편의 주장처럼 사고로 일어날 수 있느냐에 대해 전문가들은 말이 서로 다르다. 이 부분이 논란이 되는 것은 목에 손자국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법의학 전공교수는 "손으로 목을 졸랐다면 흔적이 남게 되고, 사라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욕조로 넘어져 벽에 부딪히면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반면 이윤성 서울대 교수(법의학과)는 "손에 수건을 두르는 등 흔적 자체를 남기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반론을 폈다. 이 교수는 "만취상태에서 고개가 꺾여 질식하는 사례가 있지만 뇌손상이나 뇌진탕 흔적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경찰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박씨의 뒤통수 정수리에 1.5㎝ 가량의 찢어진 상처가 있었지만 의식을 한 순간에 잃기에는 약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4일 증거를 보완해 다음주 중으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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