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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70> 숭례문(崇禮門)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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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70> 숭례문(崇禮門)의 수난

입력
2011.02.0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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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10일. 이날은 대한민국 문화재 국치의 날이었다. 나라의 상징, 국보 제1호인 서울 숭례문(남대문)이 불법자에 의해 불타버린 날이었기 때문이다. 내일로 3년이란 세월이 흐른 날이 돌아왔다.

숭례문이 불타 내릴 당시의 광경은 너무나도 처참해 이를 바라 본 국민들에게는 지금도 생각만 하면 악몽을 꾸고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까지 하고 있다. 500여 년을 이어온 고려를 무너뜨리고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세워 왕도로 정한 한양 주위에 석성을 쌓고 4대문과 4소문을 마련해 명실공히 나라의 수도로 정한 것이 지금의 서울성곽이다.

수도로 들어오는 길은 숭례문을 포함, 4대문과 창의문 등 4소문으로 이 문들을 통과하지 않으면 수도로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이 8개의 문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웅장한 문이 남대문이고 문에 걸려있는 현판에는 세로로 문의 정식 이름인 崇禮門(숭례문)이라고 씌어 있었다.

이 문은 이성계가 조선 태조가 되어 4년째 되던 해인 1395년에 착공해 3년 후인 1398년에 완공했다. 실록에는 조선 500년 동안 세종 29년인 1447년에 고쳐 짓고, 그 후 성종 10년인 1479년에도 숭례문을 크게 수리한 기록이 남아있다.

또 고종 때인 1898년 숭례문을 통과하는 홍예, 즉 아치형 통로 중앙으로 전차가 개통돼 사람의 통행이 제한되었다. 이어 1907~1909년에는 좌우 성벽이 철거되면서 도로 중앙에 고립돼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전차선을 외부로 옮기고도 숭례문 통행을 금지시켜 육지 속의 섬을 만들어 사람의 접근을 막았다. 광복 이후 6ㆍ25전쟁으로 폭격을 받아 지붕의 일부가 파괴되자 서울 수복 후 긴급 보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어 1961년부터 3년에 걸쳐 해체복원 작업이 실시돼 2008년 방화로 불타기 전까지 45년 간 그 모습을 지켜 왔다.

그러나 1971~1973년 실시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공사인 서울역~청량리역(9.54㎞) 구간이 마련될 당시 서울역과 시청역을 잇는 구간이 남대문 지하로 통과하는 노선으로 결정되어 많은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지하철 운행으로 어떤 진동도 허용하지 않는 과학적인 실험을 거쳐 계획대로 공사는 진행되었고, 오늘도 쉴새 없이 지하철은 지나다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1907년부터 사람의 접근이 불가능한 고립 상태로 있던 것을 2005년 서울시가 주변을 광장으로 조성하고 논란 끝에 2006년부터 중앙통로를 개방해 100여 년간 불가능했던 사람들의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숭례문 610년 간의 수난사이다. 이제 당국에서 복원 계획을 마련, 착착 진행되고 있어 머지 않아 새롭게 복원된 숭례문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다만 복원이 완성되고 나면 또 대한민국 국보 1호로서의 문화재적 대표성이 없다는 논의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표면상의 이유로 숭례문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탁월하지 않고 일제가 일방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물론, 불탄 것을 복원했기 때문에 국보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주장도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차제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국보 1호를 새롭게 지정하자는 주장도 일어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문화재는 한번 지정되면 그것으로 문화재로서의 생명을 얻기 때문에 시대가 바뀐다고 해서 생명을 바꿀 수는 없다. 복원되면 제 생명을 다시 찾는 것이 바른 이치라 할 것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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