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화교는 한중 수교 20년이 다 되도록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 출신의 한국 유학생이 한국 화교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화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계명대 중국학과 대학원생인 양판(楊潘ㆍ28ㆍ사진)씨는 최근 '한국화교사회 변화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에서 "한국의 화교는 박정희 정부 시절 간첩으로 치부될 정도로 심한 차별을 받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우가 많이 개선됐으나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양씨는 논문에서 "한국의 화교는 교육과 직업, 승진 등 3개 부문에서 가장 큰 차별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화교 학교 졸업생은 대입 수능시험을 칠 수 없고, 공무원이나 화이트칼라가 되기 힘들며, 79%가 회사 내 승진에서 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 있는 화교의 90% 이상이 대만 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는 "다른 나라에 정착한 화교와 달리 한국 화교들이 자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화교에 대한 차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씨에 따르면 한국에는 2만5,000여 명의 화교가 사는 것으로 통계상 집계되고 있지만 노년층 상당수가 대만으로 귀국, 실제는 이에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됐다. 그는 "1948년에 8만여 명에 이르던 한국의 화교는 한국 전쟁 이후 정부의 화교 차별정책으로 힘들게 버티다 상당수가 미국이나 대만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양씨는 "1992년 한중 수교 후 한국국적 취득 절차가 간소화되고, 영주권 취득과 지방선거 참정권, 경제활동 제한 완화 등 개선책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며 "바람직한 한중 관계를 위해 화교에 대한 차별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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