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선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멸치다. 멸치는 청어목 멸치과로 '뼈대 있는 생선'이다. 작지만 뼈를 가졌기에 경골어류에 속한다. 오징어, 낙지 같은 두족류보다 족보가 있는 생선인 셈이다. 어린 시절 멸치는 칼슘이 많은 맛있는 반찬이었다. 멸치볶음이 그랬고 밥을 물에 말아 고추장에 푹 찍어 먹던 마른 멸치가 그랬다.
볶은 잔멸치는 도시락의 최고 반찬이었고 주당들에게도 멸치는 인기 있는 안주였다. 우리 집의 멸치 소비량은 예나 지금이나 많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어머니는 멸치로 맛국물을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맛국물을 내는 멸치는 굵고 싼 멸치나 '띠포리'를 사용한다. 띠포리는 밴댕이의 이 지역 탯말이다.
어릴 때 삐쩍 마른 친구들에겐 멸치란 별명이, 얼굴이 넓적한 친구들에겐 띠포리란 별명이 붙었다. 멸치를 잡는 나라는 많지만 멸치를 천 년 전 전통방식으로 잡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이다. 기선망이나 낭장망 어선으로 대량으로 잡는 멸치가 아니라 원시어업방식인 죽방렴으로 잡는 죽방멸치가 그것이다.
죽방렴은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살이 드나드는 바다 물목에서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그 속에 멸치도 있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멸치를 잡아 자연방식으로 말리기에 죽방멸치는 비싸다. 작아도 고급 생선 못지않게 비싸다. 멸치가 작은 것만의 이름은 아니다. 멸치고래(보리고래는 다른 이름)도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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