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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 올해로 출간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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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성경 올해로 출간 100주년

입력
2011.02.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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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구약과 신약을 모두 한글로 읽을 수 있게 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이 됐다. 1911년 3월 6일 나온 <셩경젼서> 가 기점이다.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 상임성서위원회(현 대한성서공회의 전신)가 <구약젼서> 와 나란히 펴냈다. 그 전에는 신약만 번역돼 있었다. 한국 교회는 지난 100년간 이 성경을 수 차례 개정해 '하나의 성경'을 읽고 있다. 상임성서위원회는 이 땅에 처음 들어온 선교사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조직한 범교파 기구다.

한글성경 출간 100주년을 맞아 대한성서공회는 올해 여러 기념사업을 한다. 한글성경이 한국 교회와 사회, 문화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하고, 성서적인 삶을 다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4일 '성경과 삶'을 주제로 여는 좌담회를 시작으로 학술대회, 해외 성서 번역 지원, 최초의 한글성서 번역자인 선교사 존 로스의 묘비 제막식, 세계성서공회가 펴낸 성서 관련 자료의 번역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한글성서의 효시는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소속 선교사 존 로스가 1882년 중국 심양에서 펴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 와 <예수셩교요안복음젼서> 다. 심양에서 만난 한국인의 도움을 받아 번역했다. 로스는 1887년 신약전서인 <예수셩교젼서> 도 출간했다. 대한성서공회는 그의 업적을 기려 한글과 영문으로 새긴 묘비를 제작, 5월 5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있는 그의 묘지에서 제막식을 한다.

한국인이 직접 번역한 첫 번째 한글성경은 이수정의 1885년판 <신약마가젼복음셔언해> 다. 아펜젤러와 언더우드는 그 해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에 상륙하면서 이 성경을 갖고 왔다. 이수정은 수신사 박영효의 수행원으로 일본에 갔다가 서양인 목사를 만나 기독교인이 되었다.

대한성서공회 김순권 이사장은 "한국 교회는 선교사가 들어오기도 전에 성경 번역으로 출발하고 성장한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하고, "한글성경은 문맹 퇴치와 여성교육뿐 아니라 양반제ㆍ조혼제ㆍ처첩제 등 폐습을 없애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다"고 덧붙였다. 한글성경은 단순히 교회 내 사건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한글성경이 한문에 눌려 천대받던 한글을 널리 보급하는 데 큰 몫을 했다는 데는 학계에 이론이 없다. 쪽복음을 갖고 집집마다 방문해 성경을 가르치던 '권서부인'이 곧 한글 교사였다. 남녀유별이 엄격하던 그 시절, 여성인 권서부인들은 전국 구석구석 안 간 데 없이 누비며 여성들에게 성경 읽기를 지도했다. 개신교보다 먼저 이 땅에 들어온 천주교는 한문성서를 봤다. 권서부인들은 항일 독립투쟁의 연락꾼 역할도 했다.

대한성서공회는 성서 번역, 출간, 보급을 하는 기구다. 1895년 영국성서공회 조선지부로 출발해 1979년까지 외국의 도움을 받다가 자립했다. 지금은 160개 언어로 성경을 제작해 15개국에 연간 500만부 이상 보낼 만큼 성장했다. 아프리카 성서의 80%, 남미 성서의 30%는 대한성서공회가 만든 것이다. 한글성서 출간 100주년인 올해는 미얀마 소수민족들을 위해 그들이 사용하는 5개 언어로 된 성서 번역을 지원한다.

김 이사장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성경 말씀대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한글성서 출간 100주년인 올해를 성경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고 반성하는 해로 삼자"고 말했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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