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의 향후 행보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가 호스니 무바라크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이집트의 차기 친미 정권을 이끌 가능성과 함께 '킹보다는 킹메이커'가 될 것이란 전망이 혼재한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1993년부터 이집트 정보국장을 지내며 미국과 협력해왔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반정부 시위 수습책으로 그를 부통령에 임명하자 미국의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이자 긴밀히 협력해 온 인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친미 성향이면서 군부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술레이만 부통령은 포스트 무바라크 시대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꼽힌다. 무바라크 입장에서도 퇴임 후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그만한 대안이 없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7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로부터 입수, 폭로한 2008년 미 외교전문에서도 이 같은 점은 확인된다. 전문에는 당시 이스라엘 국방부는 술레이만의 이집트 정보국과 핫라인을 가동했고, "이스라엘이 (술레이만을) 가장 편안하게 생각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그는 차기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일 야권과의 협상 당시 그는 야권의 대통령직 승계 요구를 거부했다. 같은날 미 abc방송 인터뷰에선 "만약 (헌법이 개정돼 출마가) 가능하다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9월 대선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그가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언제든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미국의 MSNBC방송은 8일 이집트가 지난 30여년 간 핵, 화학, 생물학 무기와 미사일 기술 등 대량살상무기(WMD) 연구 개발을 수행해왔고 미국이 이를 묵인해왔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 이슬람 근본주의 정권이 들어서거나 민족주의가 득세해 위협이 되는 상황을 미국이 우려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미국으로선 술레이만 부통령을 잘 다독이며 온건한 민정 이양 시나리오가 진행되도록 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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