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바집 비리 사건 수사가 다시 탄력이 붙는 분위기다. 검찰이 최영 강원랜드 사장과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에 대해 9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 쪽으로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의 최측근인 W씨가 9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W씨는 유씨의 또 다른 대리인 K씨와 함께 2005~2007년 부산에서 사업을 하다 2008년부터는 인천에 자신의 명의로 된 회사를 차려 함바집 사업을 대행했다. W씨에 대한 조사는 지난달 초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출국금지 보도 이후 정ㆍ관계 비리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처음이어서 부산ㆍ인천 쪽 지자체 로비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허남식 부산시장의 경우 비리연루는 부인했지만 유씨와 접촉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숱한 의혹이 제기된 유씨의 정관계 로비에 대한 수사가 장기화함에 따라 검찰이 장애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씨와 금품거래가 있었거나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J씨, L씨, M씨 등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김강욱 차장검사는 "5년 전보다 구속률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법원에서 요구하는 입증 자료의 양이 훨씬 많아졌다"며 "수사 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씨가 대개 현금로비를 벌인데다 유씨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 금품수수액수 등 사실관계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진술에 신뢰도가 떨어지다 보니 검찰이 사실관계 확인에 그만큼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수사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함바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여러 차례 받은 한 관계자는 "예전 조사 때와 달리 최근 조사에서는 간단 간단하게 묻기만 해 검찰의 수사 태도가 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이트급'이라던 함바집 비리수사가 용두사미가 그칠 것이라는 말까지 사건관계자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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