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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빵? 경찰들이 모르게 하면 되죠" 일부 학생들 '막장 뒤풀이'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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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빵? 경찰들이 모르게 하면 되죠" 일부 학생들 '막장 뒤풀이' 여전

입력
2011.02.0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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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들 눈에 안 띄어서 좋긴 한데, 경찰들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좀 무겁네요."(서울 오금중 졸업생 학부모)

"졸업빵이 사라졌다고요? 어른들은 몰라요. "(서울 Y여중 졸업생)

경찰과 교육당국이 교복 찢기, 교복 벗기기, 밀가루ㆍ계란 세례 등 막장 졸업식 뒤풀이와의 전쟁을 선포한 탓인지 10일 서울 시내 360여 곳의 중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은 대체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엔 그럴싸하게 보였을 뿐 휴대폰으로 무장한 학생들의 눈 높이에 맞추자 뒤풀이 무대는 넓었다.

후배의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Y여중 졸업식장을 찾은 Y여고 박모(3년)양은 "경찰이 철수한 뒤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며 "그렇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휴대폰이 있고, 문자 메시지나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장소와 시간은 수시로 바꿀 수 있어 경찰이나 교사의 시선을 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

박양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에서 할 계획"이라며 "이벤트에 필요한 밀가루, 달걀도 근처 슈퍼에서 구입하면 깔끔하다"고 귀띔했다.

준비랍시고 가방에 넣어 이동하다가는 사건 모의범으로 몰릴 수 있는 만큼 현지서 조달한다는 것. 실제 Y여중 인근 주택가에 자리잡은 H슈퍼 관계자는 "작년에 비하면 졸업식 날 팔려나가는 밀가루 양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팔린다"고 말했다.

특히 막장 뒤풀이 그룹은 소규모화 하고 있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날 저녁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선배들과 만나기로 했다는 O중 졸업생 정모 군은 "친구들이 많은데다 이벤트를 해줄 선배들까지 더하면 수십 명에 달해 세 조로 나눠 뒤풀이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같은 학교 졸업생 이모군은 "모교 출신 선배들이 '학교 전통'이라며 부르는 데 '경찰에 걸릴까 봐 안 가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며 "대신 소규모로 그룹을 지어줬고, 교복을 칼로 찢다 다치는 경우도 있어 교복 찢는 이벤트는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졸업식 뒤풀이는 밀가루 세례와 교복 찢기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술에 취해 길거리를 활보하며 고성방가, 기물파손도 왕왕 있는 사례. 더구나 경찰과 학교의 감시까지 더해지자 원정 뒤풀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경기 남양주 K고의 경우 일단의 졸업생들이 이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졸업한 유모(18)군은 "아는 선생님들의 눈이 부담스러워 큰 물에서 보다 자유롭게 놀기 위해 상경한다"고 웃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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