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등 서울 도심의 상공을 방어하는 핵심 전력인 우리 군의 35㎜ 대공포(일명 오리콘∙Oerlikon포)가 군납 비리로 인한 불량 부품 때문에 최근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던 것으로 10일 밝혀졌다. 특히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이 이 문제에 대해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최종 수사 결과에 따라 파문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와 국방부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최근 미국 무기중개업체인 T사의 국내 무역대리업체인 N사가 계약과 달리 오리콘포 포몸통(포신)을 무자격 국내 업체에서 제작해 홍콩으로 보낸 후 다시 국내로 역수입해 군에 납품한 사실을 적발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사는 당초 해외에서 포몸통을 조달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N사는 T사가 국방부와 계약한 오리콘포 포몸통 국외조달 납품을 대행하면서 무기 제작 경험이 없는 국내업체에 폐 포몸통과 자재를 보내 납품할 포몸통을 역설계해 제작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N사는 이렇게 만든 가짜 포몸통을 정상 수입품으로 위장하기 위해 홍콩으로 보냈다가 국내로 역수입하는 방법으로 군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오리콘포 총 36문에 필요한 72개 포몸통 중 절반이 훨씬 넘는 49개가 이 같은 방식으로 납품된 불량품이어서 사격 훈련시 파손 및 균열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오리콘포 1문당 포몸통 2개가 필요하다.
국방위 관계자는 “기술 검사결과 이들 포몸통은 열처리 미실시로 인한 강도 저하, 치수불량으로 인한 결합시 고정불량 등 규격 미달품으로 드러나 포 기능에 치명적 결함을 일으켰다”며 “실제 사격 훈련 과정에서 오리콘포 6문에서 파손 및 균열 등의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오리콘포가 청와대 등 서울 상공을 방어하는 우리 군의 대공 주요 전력이라는 점에서 이번 군납 비리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오리콘포는 수도권 중에서도 청와대 상공을 등을 방어하는 핵심 전력으로 견인대공포 중 가장 성능이 우수한 편”이라며 “중요한 무기가 불량부품 납품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는 청와대 상공 방어의 문제점이 거의 보완된 것으로 안다”면서 “2000년대 초 처음 계약이 이뤄진 것인데 구체적 납품 시기에 대해서는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5㎜ 오리콘 대공포는 스위스제로 우리 군은 1975년~80년 사이 36문을 도입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 사건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치고 최근 서울경찰청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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