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유치 전쟁이 한나라당 영남권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경남 밀양을 미는 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은 '지리적 근접성'을, 부산 가덕도에 운명을 건 부산은 '운항 안전성'을 내세우며 서로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엔 유치 기원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지역에 빼곡히 걸리는가 하면 선거전에나 등장하던 '아줌마 부대'도 홍보전에 동원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생존 문제가 걸린 해당 지역 의원들의 실력 대결 양상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비(非)부산권은 ▦1시간 이내 주요 도시 접근 가능 ▦반경 90㎞ 이내 주요 산업단지 입지 등의 논리를 내세워 '밀양' 카드를 지지하면서 부산을 협공하고 있다. 7일 대구ㆍ울산ㆍ경남ㆍ경북에서 상경한 4개 시도의회 의원들이 국회에서 '인해전술'을 폈다. 이들은 "3월 이내에 신공항 입지를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며 국회 본청 앞에서 삭발 시위를 시도하려다 국회 경위들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경남 밀양이 지역구인 조해진 의원은 "정부는 정치적 거래 대신 동남권 발전만 생각해 과학적 방법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도 단순히 나서지 말라고 경고만 하지 말고 당내에서 생산적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성영 의원(대구 동구갑) 역시 "지도를 펴놓고 보면 밀양이라고 답이 나오지 않느냐"고 가세했다.
반면 부산 의원들은 ▦주변에 산이 많은 밀양의 안전성 문제 ▦인천공항 선정 기준 유지 등을 내세우며 '가덕도 대망론'을 펴고 있다. 안경률(부산 해운대ㆍ기장을) 의원은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공항처럼 가덕도에 제2의 명품 인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나라당으로선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텃밭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대구ㆍ부산 의원들이 만나면 서로 싸우려 하고 지역언론은 유치를 못하면 선거에서 다 죽는다는 식으로 보도하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말했다.
유치전 결과에 따라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해당 지역 의원들 역시 "흉흉하다는 표현 그 이상"이라고 토로했다. 안경률 의원은 "지역 민심이 난리"라며 "만일 밀양으로 결정되면 부산 의원들은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종근 의원(대구 달서갑)은 "대구에서는 한나라당이 집권한 뒤 해 준 게 뭐냐는 인식이 있으므로, 공항 유치가 실패할 경우 한나라당 지지율이 폭락할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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