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왜가리는
반가사유상도 아니면서
고개를 숙이고 물가에 서 있었다
천 개의 손가락들이 쉬지 않고
줄 없는 거문고를 뜯듯이
여울 물소리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물의 관객이었다
뜨거운 청중이었다
눈은 눈부신 여울을 보고 있었고
귀는 여울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여울가에는 큼직한 음표 같은 돌들이 많다
조약돌들, 자갈들
하늘 밖에서 굴러온 무슨 은하계의 돌 조각이든
늘 귀머거리 늙은이인 돌들에게
들을 테면 들으라고 나는 말한다
여울이 가왕이다 그침이 없다
그렇지 않다면 온몸을 게우듯 왝왝거리는
왜가리가 가왕이랴
● 옛 개울에는 물도 많고 여울도 많았지. 여울에는, 맑은 물 좋아하는 참기름챙이, 수수미꾸리가 살았지. 한겨울 여울 가 돌을 떠들며 알 밴 수수미꾸리를 잡았지. 그 미꾸리들 입가의 작은 침들. 옅은 통증을 주던 그 침의 감각에 오히려 미안한 마음 더 깨어났었지.
노래는 부딪힘이고 흐름인가보다. 부드러운 물과 딱딱한 돌과의 부딪힘, 돌의 멈춤과 물의 흐름의 부딪힘. 그리 탄주되는 물소리들끼리의 수많은 부딪힘, 그 어울림. 작곡 끝내지 않는 여울 속 귀머거리 돌들은 베토벤인가.
그러나 여울이여! 4대강사업인지, 死대강사업인지, 사업이 끝나면 물속에 수장 되고 말 여울의 노래여! 물가에 물소리 대신 쇳소리 흐르면 자리 뜨고 말 반가사유상 왜가리여! 오래 발 담구고 계시라. 가왕의 노래도 머지않아 멈추리니.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