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TV의 '풍경이 있는 여행'을 즐겨보고 있다. 토요일 아침밥상을 물리고 가족이 함께 보는 방송인데 뛰어난 영상미로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가본 곳이 소개되면 반갑고 가보지 않은 곳이 소개되면 흥미롭다. 얼마 전 창녕 우포늪에 대한 방송이 있었다.
반가워서 눈에 익은 풍경을 따라가는데 우포늪의 나이를 1억4,000만년이라고 한다. 우포늪의 나이는 1억4,000만년이 아니다. 공룡이 뛰어 놀던 중생대 쥐라기 시대에 우포늪이 만들어졌다니! 그때 늪이 있었다면 벌써 바위로 변해버렸을 것이다. 우포늪 소재지인 창녕군의 우포늪 공식 홈페이지에도 1억4,000만년이란 소개는 없다.
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1만 년 전 낙동강은 강이 아니라 내륙의 좁은 만(灣)이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포늪은 낙동강의 범람으로 생긴 늪지다. 그렇다면 우포늪은 낙동강이 생긴 후 만들어졌다. 학자들은 우포늪은 7,000년 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3,000년 전이라 한다.
우포늪을 연구하는 학자께 1억4,000만년이란 유언비어가 도대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물었더니 모 신문이 그렇게 소개하고부터 유행이 되었다고 한다. 7,000년과 1억4,000만년, 그건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다. 국민의 시청료를 받는 방송에서 우포늪의 나이를 1억4,000만년이라 했으니 그 파장 또한 걱정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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