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로 여권 내부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점 검토' 발언 이후 충청 지역의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내부에서 호남권 유치 주장이 나오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현재 과학벨트 유치전에는 충청권뿐 아니라 대구∙경북∙울산, 광주∙전남, 경기, 경남 창원 등 다양한 지방자치단체가 뛰어들었다. 때문에 정치권 갈등뿐 아니라 지역주민들간의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과학벨트 갈등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표출됐다. 안상수 대표와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인 박성효 최고위원이 언쟁까지 벌였다. 대전시장 출신인 박 최고위원이 "저희 충청권은 설에 덕담을 나누지 못했다"며 과학벨트 관련 발언을 하려 하자 안 대표가 "그건 나중에, 비공개회의 때 논의하자"며 제지했다. 박 최고위원이 거듭 "글쎄요, 걱정스럽다"면서 계속 발언하려 하자 안 대표는 "아니, 됐어요"라며 재차 제동을 걸었다.
박 최고위원은 결국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 '대통령 공약이 이렇게 우습게 변질될 수 있을까'하는 것에 충청도민은 분개하고 있다"며 "기대감에 차 있던 충청도민들은 큰 실망과 분노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점심 약속에 늦거나 못 지킬 때도 상당한 미안함을 표시하는데 (신년 방송좌담회 때) 대통령 말씀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며 "일하는 대통령에서 한걸음 나아가 믿을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비공개 회의 때 박 최고위원이 거듭 충청권 여론을 전하자 "충청권 민심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4월에 관련법이 발효되면 법 절차에 따라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상황에선 법 절차대로 한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갈등을 차단할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광주∙전남 지역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충청 대 호남'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광주∙전남 의원들은 8일 국회에서 과학벨트 호남 유치를 위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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