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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프로그램 '1대 100' 기자가 도전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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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프로그램 '1대 100' 기자가 도전해보니…

입력
2011.02.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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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문제만 더 맞히면 상금 5,000만원. 일확천금이다. 항문을 한껏 조였다가 서서히 힘을 뺐다. 긴장이 조금 풀렸다. 컨닝방지용 검은 상자 안을 더듬어 1번부터 3번까지의 정답 버튼을 확인했다. 100명의 도전자 중 5단계까지 통과한 사람은 25명. 다들 자라 목을 하고 전광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MC 손범수의 외침과 함께 여섯 번째 문제가 떴다. “외화 ‘맥가이버’에서 맥가이버는 곤궁에 처할 때마다 ‘( )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는 말과 함께 어려움을 척척 헤쳐나갔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기자를 포함해 25명의 표정이 똑같은 말을 쏟아냈다. “헐, 이게 뭐지?”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 녹화 현장. 기자는 ‘KBS 출입 기자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퀴즈왕에 도전했다. 언론사 입사 준비 시절 씹어먹은 상식책이 여러 권에 매일 모든 신문을 통독하는 기자. 허나 맥가이버 문제를 보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맥가이버’는 기자가 초등학생 시절 방영된 TV 외화다. 보기 ‘1. 할아버지 2. 스승 3. 아버지’를 놓고 제한시간 30초 내내 오락가락하다 “에잇, 아버지다!”며 3번을 꾹 눌렀다. 이어지는 진행자의 말. “맥가이버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여의었죠.” 이 문제에서 25명 중 절반 이상이 떨어졌다.

‘1 대 100’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퀴즈 프로그램이다. 이날 녹화에는 사회인야구단, 사교댄스모임 등 그룹 도전자 49명과 상식시험으로 온라인 예심을 거친 51명 등 20대에서 60대까지 100명이 참여했다. 그룹으로 참여하면 예심을 거치지 않는다.

폭넓은 시청자층을 겨냥한 프로그램 성격상 퀴즈 문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출제된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경험이나 순발력 등이 문제를 푸는 결정적 힌트가 되곤 한다. “13일이 금요일이면 그 달 1일은 무슨 요일인가?”라는 간단한 계산 문제를 고등학교 수학 교사라고 밝힌 도전자가 틀리는가 하면, “한국 전통식품 품질인증마크는 무엇인가?”라는 다소 까다로운 문제에 한 대학생이 “막걸리 마실 때 ‘물레방아’ 마크를 본 것 같다”며 정답을 맞히기도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묘미다.

‘1 대 100’은 간판처럼 게스트 성격의 ‘1인’과 도전자 100인이 겨루는 형식. 그러나 최종 11라운드, 최고 5,000만원까지 상금을 쌓는 것은 1인의 몫. 1인이 중간에 떨어지면 그때까지 쌓인 상금을 놓고 도전자들 중 최후의 승자를 가린다. 1인 대 100인의 피 튀기는 경쟁이 펼쳐지지만, 동시에 100인이 1인의 생존을 응원하는 구조다. 결과보다는 퀴즈를 푸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래서 웃음과 감동이 있다. 꼭 도전자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TV 앞에서도 그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날 ‘1 대 100’에 ‘1인’으로 나온 이는 그룹 SG워너비의 이석훈과 지난해 행정고시 국제통상직렬 수석합격자인 황유정(30)씨였다. 2007년 5월 첫 방송 이래 지금까지 1인 가운데서 나온 우승자는 총 13명. 가장 최근에는 한국에 37년째 살며 ‘한옥 지킴이’로 이름을 알린 미국인 사업가 피터 바돌로뮤(62)씨가 지난 1월 11일 방송에서 5,000만원의 주인이 됐다.

26번 도전자로 나선 기자는 결국 6단계에서 떨어져 3만원짜리 상품권 한 장을 받고 귀가했다. 이날 녹화분은 KBS 2TV에서 22일 오후 8시5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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