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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신드롬' 설 연휴 젊은층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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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신드롬' 설 연휴 젊은층도 녹였다

입력
2011.02.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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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어디서 많이 본 포맷으로 등장한다. 소재는 사생활 폭로나 개인기 대결, 그리고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이 10, 20대라지만 아이돌 편중 현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사들은 시청률과 트렌드를 좇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알맹이도, 재미도 없는 아이돌 장기자랑에 시청자들은 지친다.

설 특집은 더했다. 걸그룹 티아라의 효민은 무려 12개의 설 특집에 출연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아이돌 공해’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설 연휴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아이돌 없이는 예능이 안된다는 궁색한 변명에 일침을 놓듯 추억의 콘텐츠 ‘세시봉’에 열광했다.

세대 아울러 감동 선사 ‘세시봉 콘서트’

‘왕년의 스타’로 묻혔던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은 요즘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MBC ‘놀러와’는 지난해 9월 ‘세시봉 특집’ 편을 보고 감동한 이들의 앙코르 요청에 화답해 콘서트 형식을 가미한 설 특집을 선보였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방송된 ‘놀러와-세시봉 콘서트’는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대에 불구하고 16%대의 시청률을 올렸다. 6일까지 방송된 설 특집 예능 프로그램 중 2위로, 황금시간대에 전파를 탄 MBC ‘아이돌 스타 육상ㆍ수영 선수권 대회’에 조금 뒤졌다. 그러나 인터넷을 달군 폭발적인 반응을 감안하면 이번 설 연휴 예능의 진짜 승자는 세시봉이다.

‘놀러와’ 게시판에는 “57세 남자입니다. 벽장 속에 넣어두었던 젊은 날의 감성과 추억이 갑자기 솟구쳐 나와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네요”라는 중년의 고백부터 “다운로드해 늦게 들어오신 아빠와 함께 보았습니다”는 젊은층의 감동이 이어졌다. 이런 프로그램에 목말랐다는 증거다. “쉰~세대인데도 이런 방송 때문에 잠시나마 흥분할 수 있다니 놀라와” “내 평생 예능프로 보면서 이렇게 오감이 충만해 보긴 처음” 같은 찬사는 ‘세시봉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세시봉 4인방은 “공연이 뜸한 1월에 이렇게 바쁘기는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영남을 제외한 세 사람은 17일부터 전국 투어 콘서트까지 갖는다.

‘껍데기는 가라’ 기획과 이야기의 힘

추억의 음악다방 ‘세시봉’에서 활약했던 이들은 ‘막내’ 김세환이 올해 64세로 모두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한창 유행하던 ‘7080 코드’로 보기에도 좀 올드하다. 굳이 따지자면 ‘6070 세대’인 그들은 통기타와 40년 묵은 이야기들을 들고 나왔을 뿐인데 왜 세대를 아울러 열광하는 걸까. 가요계를 주름잡던 노래 실력이 감동의 바탕이 됐겠지만 이야기의 힘도 컸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풀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굳이 봐달라고 호소하지 않아도 보게끔 하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

그런 울림을 끌어낸 것은 기획의 힘이다. “2008년 여름 심각한 시청률 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기획형 섭외에 나섰다”는 ‘놀러와’ 신정수PD는 30년 이상 MC 베테랑 특집이나 중년 여배우 특집처럼 주제별로 섭외에 공을 들인다.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제대로 멍석을 까는 것이다.

이번 설 특집에서는 세시봉에서 함께 활동한 이장희를 출연시켜 한층 풍성한 내용을 제공했다. 이장희는 “생애 최초”라며 네 친구들에게 쓴 러브레터를 공개했다. 그가 “송창식이 ‘어머니’라는 곡을 불렀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노래를 듣고 반했다”며 회상하자 송창식이 바로 노래로 화답하는 등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신바람을 냈다. 윤형주 송창식의 ‘트윈폴리오’가 원래 3인조 ‘트리오 세시봉’이었다는 비화를 소개하며 초대된 이익균은 43년 만에 데뷔 무대를 얻어 또 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식상한 아이돌 장기자랑 더는 안 통해

TV에서 아이돌 그룹들이 득세한 지는 오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지난해부터 아이돌 멤버들을 무더기로 기용한 코너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아이돌 도배’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제 아이돌은 SBS ‘강심장’ 같은 집단 토크쇼뿐 아니라 중년층을 겨냥한 MBC ‘세바퀴’까지 안 끼는 데가 없다.

특히 이번 설 연휴에는 ‘아이돌의 제왕’ ‘아이돌 브레인 대격돌’ ‘아이돌 건강미녀 선발대회’ ‘아이돌스타 7080 가수왕’ 등 간판부터 아이돌을 내건 특집들이 TV를 점령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아이돌을 보면 소녀소년 가장이 떠올라요. 포털을, 지상파를 먹여살리는…’이라며 개탄했다. 설 특집 예능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아이돌 육상·수영 선수권 대회’ 정도가 억지웃음을 뺀 진지한 스포츠 경기로 차별화를 꾀해 눈에 띌 뿐 기존 아이돌 장기자랑 수준에 그쳤다. 이 프로그램도 140여명을 동원해 50m 달리기, 허들, 수영대회 등 미니 올림픽을 치른 것에 비하면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아이돌이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하면서 대중문화에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병폐로 지적되는 아이돌 쏠림 현상에 대해 고민해볼 때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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