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석해균(58) 선장의 몸에서 제거한 탄환 중 1발이 우리 해군의 것으로 드러나면서 석 선장 피격과 관련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는 ‘아덴만 여명작전’ 직후 “선장 총상은 군과 관련 없다”는 국방부 발표를 정면으로 뒤엎는 물적 증거가 될 수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유탄(流彈ㆍ조준한 곳에 맞지 아니하고 빗나간 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남해해양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한국인 선원 2명은 피해자 조사에서 “최영함이 포를 쏘자 조타실에 있던 선원들이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바닥에 엎드렸다”며 “당시 마호메드 아라이(23)가 ‘캡틴’을 외치며 석 선장 쪽으로 AK총을 난사했다”고 진술했다. 해적들도 “아라이가 당시 조타실에서 경비를 섰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 같은 진술과 석 선장 몸에서 발견된 AK탄환 1발을 토대로 아라이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를 집중 추궁했지만 그는 부인했다.
석 선장 몸에서 발견된 총상은 모두 6곳(복부 3, 왼쪽팔 1, 오른쪽 다리1, 왼쪽 다리 2곳). 이 중 2발은 관통됐고 몸에 박혀있던 4발은 수술로 제거했다.
수사본부는 제거한 탄환 4발 가운데 3발을 인수받아 육안으로 감식한 결과 1발은 우리 해군이 사용하는 권총탄이나 MP5 9㎜ 기관단총탄 또는 MP5 소음탄, 1발은 해적들이 사용하는 AK소총탄, 1발은 피탄으로 인해 떨어진 선박부품이 석 선장의 몸에 박힌 것으로 각각 추정했다. 나머지 1발은 석 선장을 치료한 의료진이 오만 현지에서 잃어버렸다고 밝힌 것이다.
해경이 육안감식결과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권총탄이나 MP5 9㎜ 기관단총탄, MP5 소음탄은 9㎜로 규격이 같지만 AK소총탄은 7.6㎜로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석 선장을 치료한 의료진이 현지에서 분실했다는 탄환 1발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중요한 물증인 탄환을 개인 짐과 함께 보관하다 분실했다는 의료진의 설명과 2발을 함께 보관하지 않았다는 점이 얼른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말 잃어버린 게 맞나”, “우리 군 탄환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구출 작전 당시 현장이 어두웠고 청해부대원과 해적들 간에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져 매우 혼란했기 때문에 AK소총탄 이외에 상당수가 우리 해군의 것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UDT는 이미 석 선장이 쓰러진 상태에서 서 있는 해적을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난사가 아니었다”며 “의료진이 탄환을 잃어버린 것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석 선장에게 치명상을 입힌 총탄이 누구의 것인지도 관심사다. 실제 치명상이 해군에 의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무리한’ 진압이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김충규 수사본부장은 “어떤 총탄이 석 선장의 몸 어느 부분에 박혔는지, 치명상을 입힌 총탄은 어떤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확한 감식결과는 내주 중 나올 예정이어서 8일 사건을 넘겨받을 부산지검이 석 선장 피격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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