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이 한달 넘게 퇴근도 않고 직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방역에 나선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바이러스 유입 경로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람과 차량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전무한 만큼 공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200㎞ 이상 이동한 사례가외국에서는 이미 확인된 상태. 국립축산과학원의 경우도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토양에 장기간 생존하던 바이러스가 강풍을 타고 원내 가축으로 전염됐다는 것이다. 김옥경 대한수의사회 부회장은 “한파가 계속되면 바이러스가 야외에서도 10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농장, 도로 주변 등을 계속 소독해야 바이러스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공기 전염에 대해 그러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나 매우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고, 외국의 경우 공기 전파 사례가 보고되지만 한국처럼 산악 지형이 많은 곳에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주 부장에 따르면 한국 농촌의 경우 언덕과 산이 많아 바이러스의 이동이 쉽지 않고, 겨울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바이러스 농도가 높더라도 금세 흩어져 버린다.
실제로 검역원이 지난달 31일 경기 이천 양돈 농가를 조사한 결과, 구제역이 발생한 어미돼지 축사의 공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나왔으나 옆에 붙은 새끼돼지 및 일반돼지 축사 등 인근에서 포집한 공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일부에서는 축산과학원의 ‘총력방역’ 주장에도 불구, 유류 차량이 원내에 진입했던 점을 들어 이번에도 사람과 차량이 매개체였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박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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