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결과, 생포된 5명을 포함한 해적 13명(사살 8명)은 소말리아 북부 푼들랜드 지방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중순 조직을 결성, 해적행위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밀하고 대담한 범행과정
이들은 같은 달 22일께 이란 국적 40~50톤급 어선을 모선으로 소말리아 카라카드항을 출항, 납치할 선박을 찾아 항해하며 15일간 총기조작과 사격술, 사다리를 활용한 선박납치훈련을 했다.
이어 해적들은 지난달 15일 오전 7시30분께 인도양 북부 아라비아해 입구 공해상에서 대전차 로켓포 등 살상무기를 소지한 채 소형보트를 타고 갈고리가 달린 로프와 사다리를 이용해 삼호주얼리호에 올라 납치했다.
이들은 선미 로프창고에 숨어 있던 선원들을 위협, 조타실과 선실 등에 감금하고, 스리랑카로 항해하던 삼호주얼리호의 항로를 자신들의 본거지인 소말리아로 향하도록 강요했다. 또 선장을 통해 선사인 삼호해운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선원 몸값을 요구했으며, 배를 뒤져 선원들의 현금과 귀중품 등 2,750만원 상당을 빼앗았다.
해적들이 1차 구출작전을 시도한 청해부대 장병 3명에게 경고사격이 아니라 조준사격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국인 선원들은 "해적 두목이 '지금까지 7척의 선박을 납치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선원들은 또 2차 구출작전 당시 마호메드 아라이(23)가 조타실 바닥에 엎드려있던 석 선장에게 총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생포 해적 2명도 구출작전 때 아라이가 석 선장과 함께 조타실에 있었다고 뒷받침했다. 해적들은 구출작전 당시 조타실 옆에 선원들을 인간방패로 세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
해경 수사에서 미처 규명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아 검찰 수사에서 이를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선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것으로 지목된 아라이가 끝내 자신의 범행을 부인해 명확한 입증이 요구된다. 해경은 해적들이 총기류를 소지했다고 이미 시인했고, 아라이가 석 선장을 향해 발포했다는 진술을 한국인 선원과 다른 해적들로부터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적들의 총기류에서 채취한 지문과 유전자정보(DNA) 및 석 선장 몸에서 제거한 탄환 감식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어서 보다 직접적인 증거도 확보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석 선장의 몸에서 해적이 쏜 탄환이 1발만 확인돼, 그 총격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혐의 적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향후 유사 피해 방지를 위해 한국 선박에 대한 표적납치 여부도 정확히 규명돼야 한다. 당초 수사본부는 생포 해적 1명으로부터 '모선에 타고 있던 이란인으로부터 삼호주얼리호의 운항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집중 추궁했으나 책임회피 진술로 일관한 데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두목과 부두목이 모두 사살돼 밝혀내지 못했다.
해적들의 배후세력 규명과 금미305호 등 여타 한국 선박 피랍과의 관련성도 밝혀야 한다. 해경 측은 "두목, 부두목이 사살돼 전모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검찰에서 조사하는 20일 동안 배후 세력이나 과거 한국 선박 납치 사건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검은 최인호 공안부장과 검사 3명이 수사를 지휘하던 것을 정점식 2차장검사에게 총괄지휘를 맡기고 배후규명 등을 위해 수사팀을 보강키로 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hk.co.kr
김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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