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떨합니다." 본인조차 당황해 했다. 이젠 유명세에 익숙해졌을 법도 했지만 아직까지 실감을 못하는 표정이었다.
폭발적인 사회관계형서비스(SNS) 가입자수로 모바일 벤처 업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이제범(34) 카카오톡 대표를 9일 경기 성남 판교 세븐벤처밸리 본사에서 만나,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이 업체의 무료 메신저 응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은 한 달 평균 63만6,000여명의 순수 가입자가 몰리면서 현재 총 이용자 수가 700만명(2월8일 기준)에 달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약 828만명, 올해 1월말 기준) 가운데 약 85%가 불과 11개월 사이에 카카오톡을 내려 받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믿어지진 않지만 아직도 매일 6만5,000명이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내려 받고 있어요. 억세게 운이 좋았습니다." 그는 멋쩍은 웃음과 함께 카카오톡의 성공 스토리 보따리를 이렇게 먼저 풀어갔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맞물린 서비스 출시 타이밍 포착 주효
그는 카카오톡의 성공 요인을 적절한 타이밍 포착에서 찾았다. "모바일 인터넷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활성화 될 줄은 몰랐어요. 무선인터넷 보급이 늘면서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에 카카오톡이 나온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성을 기본으로 한 SNS에서 가장 중요한 초기 시장 선점을 미리 예측하고 카카오톡을 내놓았던 게 적중한 셈이었다.
그는 또 다른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에선 볼 수 없었던 그룹 채팅을 로그인이나 별도의 연결 동의 없이 스마트폰에서 최초로 가능하게 설계한 점도 카카오톡의 히트 요소로 꼽았다. "기타 모바일 채팅이나 데스크톱 메신저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그룹 채팅을 단순하고 편리하게 만들었던 카카오톡만의 차별화가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SNS 시장 전망을 밝게 내다 본 김범수 전 NHN 대표(현 카카오톡 이사회 의장)도 카카오톡을 잉태시킨 숨은 후원자였다. 김 전 대표는 별도의 수익원이 없었던 카카오톡 서비스 개발 당시, 100억원의 적지 않은 투자 금액을 선뜻 내놓았다. 이 대표는 "회사가 가장 힘들었을 때 김 의장의 후원이 없었다면 아마 카카오톡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적지는 세계 SNS 허브 개설
카카오톡 출시와 함께 모바일 메신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지만 이 대표는 또 다른 목표를 정하고 동료(25명)들과 함께 서비스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해 말부터 전자상거래를 카카오톡에 접목시킨 소셜커머스 등이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 비즈니스 파트너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사진이나 동영상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전송 기능 등을 업그레이드 시켜 해외 진출 계획도 무난하게 추진되고 있다. 카카오톡은 실제, 올 초 중동 4개국(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에서도 무료 애플리케이션 내려 받기 건수 1위(2010년1월)를 기록했다.
'실탄'도 추가로 확보했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남궁훈 CJ인터넷 대표 등 국내 1세대 벤처인들로부터 지난해 말 53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이런 성장성을 바탕으로 그가 노리고 있는 최종 종착점은 세계 SNS 업계의 허브 구축."우리나라에서도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카카오톡을 세계 SNS 업계의 허브로 만들려는 최종 목표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 대표의 목소리에선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글ㆍ사진=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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