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어선 금미305호(241톤)가 123일만인 9일 석방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케냐의 라무 10마일 해상에서 조업중이던 금미호가 납치된 것은 지난해 10월9일 새벽. 해적들은 납치 후 어둠을 틈타 본거지인 하라데레항으로 금미호를 끌고 갔다. 납치 당시 금미호에는 선장 김대근(54)씨와 기관사 김용현(67)씨 등 한국인 2명을 비롯, 중국인 선원 2명, 케냐인 선원 39명 등 모두 43명이 승선해 있었다.
해적들은 납치 목적이 돈이었던 만큼 금미호 소속 선사와 즉각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하지만 협상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선사인 금미수산이 케냐 현지에서 겨우 배 한 척으로 조업할 만큼 영세한 업체여서 해적 측에 석방금을 지불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더구나 피랍 선박에는 금미수산 대표인 선장 김대근씨가 타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적들은 케냐의 한국인 선박대리점 관계자와 접촉해야 했기 때문에 협상은 더디게 진행됐다.
이런 사정으로 해적들은 납치 초기 석방금으로 650만 달러를 요구했다가 협상 도중 60만 달러로 낮춰야 했다. 하지만 선장 가족들은 이마저도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 역시 해적과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석방금 대출을 희망하는 김씨 가족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아울러 정부가 지난달 21일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 작전을 성공한 것도 해적들의 의지를 꺾는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해적들을 자극하면서 금미호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관련 부처는 금미호 선원에 대해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라"고 밝혔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때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과정에서 체포한 해적들과 한국인 선원2명을 맞교환 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에 부딪쳤다.
현재까지 금미호 석방 과정에서 금전적인 대가나 우리 정부의 개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립선원 대부분이 케냐인들이어서 처음부터 해적들의 협상력이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해적들은 협상 과정에서 선사와 가족으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이 어렵고, 한국 정부가 석방금 지불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직접적으로 협상에 나서진 않았다"며 "해적들이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읽은 듯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소말리아 해적들이 돈이 안 되는 건을 더 길게 끌고 가봐야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물밑에서 금미호 석방 협상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케냐 정부를 협상 전면에 내세우고 우리 정부는 뒤에서 지원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정부 관계자가 "금미호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해준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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