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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정책의 경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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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육정책의 경박성

입력
2011.02.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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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국사 붐이다. 한나라당은 한국사를 고교교육의 필수과정으로 지정키로 하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입에 한국사 반영을 권장하고, 한국사능력시험 3급 이상자에 한해 교원 응시자격을 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오랫동안 생각 있는 많은 이들의 요구였으니 새삼 명분과 타당성을 논할 것도 없다. 다만 좀 어처구니는 없다. 국사를 고교 필수과목에서 내린 것도 1995년 YS정권 때고, 그나마 남았던 고교 1학년 필수한국사도 없애버린 게 재작년 현 정권 때다. 죄다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 마치 남의 소행처럼 흥분하는 꼴이 우습다.

■ 기막힌 자기모순은 또 있다. 당시 한국사를 필수과목에서 제외한 이유는 세계화 시대에 폐쇄적 민족주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반면 이번 부활의 명분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자기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반대로 생각을 바꾼 정확한 계기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대강 추측은 된다. 우리의 근ㆍ현대사가 치욕으로 점철된 양 좌파적 시각으로 난도질 당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일 테다. 충분히 공감하지만 어쨌든 정치적 동기가 개입된 건 유감이다. 부디 균형 잡힌 국사교육이 되길 바랄 뿐이다.

■ 과거 교육을 싸잡아 폄하하고 함부로 바꾸는 버릇도 고쳐져야 한다. 수십 년 간 우리 교육은 줄곧 '이전(以前)의 부정'이었다. 교육학자를 포함한 지식인들마다 미국식이 지선(至善)이라는 맹목적 인식에 빠진 탓이다. 당연한 듯 보이는, 주입식 교육이 상상력과 창조성을 죽인다는 원칙부터 그렇다. 과거 학창시절 역사 생물 물리 화학 지리 지구과학 윤리 등 광범한 분야에 걸친 주입식 교육이야말로 한국인 일반의 교양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게 높인 공신이었다.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가능케 한 것도 이렇게 해서 높아진 민도였다.

■ 상상력 없는 지식은 죽은 지식이지만, 지식의 바탕이 없는 상상력은 부질없는 공상이기 십상이다. 과거 문법 위주 영어교육에 대한 무조건적 무시도 또 한 사례다. 선진정보를 빨리 정확히 받아들일 필요로 이뤄진 문법ㆍ읽기영어는 당장 말하기에 매달린 영어보다 길게 보면 훨씬 효과적이다. 발전속도와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제대로 원서 한 권 못 읽는 대학 강의실 풍경은 이제 일반적이다. 교육적 개선은 그러므로 점진적 보완이어야 한다. 손바닥 뒤집듯 하는 한국사 정책을 보며 경박한 교육풍토를 또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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