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삼화저축은행에 내려진 전격적 영업정지 조치는 저축은행 업계와 예금자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다. 처음 며칠 동안 벌어진 일부 저축은행의 뱅크런(예금인출) 움직임은 곧 진정됐지만, 예금자들의 불안심리는 아직도 여전하다. 저축은행 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주용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이성철부장 sclee@hk.co.kr
-저축은행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면서 예금자들의 불안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제2, 제3의 삼화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당국이 삼화에 대해 갑자기 영업정지를 취한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결코 그런 게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에 의한 경영개선 조치였습니다. 저축은행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정부는 경영개선명령을 내리는데, 삼화의 경우 정부가 부여한 기간 내 경영개선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이런 영업정지조치를 당했던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은 이번 삼화건을 계기로 저축은행 전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100여개 저축은행 가운데 절대 다수는 재무구조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삼화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2009년 7~8%에서 불과 6개월 만에 1%대로 추락했습니다. 이쯤 되면 저축은행 재무건전성 지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삼화의 BIS 비율이 급락한 것은 부동산경기 침체에 따른 건전성 악화, 그리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각에 따른 충당금 추가적립 때문이었습니다. 2009년 12월말 공시 후 PF대출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면서 매각손실(305억원)이 발생했고, 감독당국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충당금 부담이 더 증가했던 것이지요. 최근 감독당국이 대형 저축은행이나 계열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매년 정기검사를 실시하기로 했고, 재무제표에 대한 경영공시 의무도 강화한 만큼 저축은행 재무 지표에 대한 신뢰도도 이젠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만에 하나 뱅크런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예금보험공사에서 예금을 보장합니다. 또 저축은행중앙회가 확보한 3조원 이상의 지급준비 예탁금으로 개별 저축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게 됩니다. 절대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쓰일 예금보험기금도 이미 바닥이 났고, 그래서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이 함께 쓰는 공동계정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 예금자보호에 은행이나 보험사 고객들의 돈이 들어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입니다.
"물론 책임자 부담원칙에 따라 저축은행 계정은 저축은행이 부담하는 것이 순리이겠지요. 하지만 최근 PF대출 부실로 인해 저축은행 업계의 적립여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만약 이런 상태가 길어진다면 결국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 보험 등 금융시장 전체가 불안해질 것입니다. 공동계정설립은 이론적으로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봅니다."
-일각에선 차제에 예금보호한도(1인당 5,000만원)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규모가 다르고 공신력도 다른데, 저축은행과 시중은행의 예금보호한도가 같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지요. 기존 예금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최소한 새로 받는 저축은행 예금부터라도 한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건 곤란합니다. 저축은행 예금만기가 주로 1년인데, 예금보호한도를 낮추면 만기가 올 때 줄어든 한도만큼 예금인출사태가 올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축은행들은 무리하게 대출금을 회수할 것이고, 대다수 중소기업과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인위적으로 예금보호한도를 낮추는 식의 처방 보다는 저축은행 고유의 성장경로를 확보하고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입니다."
-저축은행들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대부업체들과 종종 비교되곤 합니다. 대부업체들이 저렇게 이익을 많이 내고 부실도 적은 것을 보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이 제 역할을 못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반성할 점은 반성하고, 배울 점은 배워야 할 겁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저축은행들도 서민대출기능강화를 위해 대부업체 인력을 영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민금융이 본질이기는 하지만 신용등급을 낮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은 손실을 대비한 적정 이윤이 보장돼야 합니다. 또 대부업체들은 저축은행 사용자들의 대출 정보를 훤히 알고 있지만, 저축은행들은 대부업체의 신용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므로 다중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것도 서민대출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외부에선 '저축은행들은 스스로 하겠다는 것은 없고 오직 해달라는 것 뿐이다'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구조조정을 위해 저축은행들은 무엇을 스스로 노력하고 있습니까.
"저축은행 인수합병(M&A)이 가격차이로 인해 일부 지연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삼화 사태를 계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체적인 재무구조개선이든 M&A든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들은 가속화될 것이고, 가시적인 결실도 맺을 것입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검사감독 외에 업계 스스로 자율규제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현 저축은행 상황 타개를 위해 특별히 당국에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일부 규제를 완화해서 영업의 숨통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은 저축은행들의 주된 수익원인데 그 동안 PF부실문제로 인해 규제가 강화된 상태이지요. PF대출은 그렇다 해도 부실위험이 낮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 등은 확대해줬으면 하는 게 저축은행들의 바람입니다. 아울러 지방경제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저축은행들에 대해선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비율(대출총액의 50% 이상을 해당 영업구역 내 중소기업과 개인에게 대출토록 하는 것)도 완화해주길 희망합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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