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복지 정책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일단 우리 사회가 복지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고려를 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복지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사회에서 약자인 사람들에 대해서 도움을 주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복지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는 이제 우리 사회도 개개인들이 자신만을 돌보던 시대를 지나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복지 논쟁 접근방식 바뀌어야
얼핏 생각하기에 복지는 사회적 약자, 혹은 선거에서 많은 표를 모아야 하는 정치가들만이 관심을 갖는 주제같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부자들, 혹은 부자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복지라는 주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인 존재라는 데서 비롯된다. 아무리 부자라 해도 혼자 고립되어 살 수는 없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별로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생활해야 한다면 같이 사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같이 지내기에 훨씬 나을 것이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도 같이 생활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대부분 끼니조차 잇기가 어렵다면 즐거운 사회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요즈음 복지 정책을 논하면서 가장 많이 논쟁의 주제가 되는 것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 소위 무상 복지를 제공한다면 그를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을 올려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러한 논쟁은 복지 정책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물질적 무상지원과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렇게 복지 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복지 정책이란 궁극적으로 사회구성원들이 모두 인간적인 삶을 가질 수 있어 사회생활이 모두에게 즐거워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같이 즐겁게 지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재원이 필요하겠지만 이들에 대해 제약 없이 경제적 도움을 주자는 것은 복지 정책의 목적이 아니다.
무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은 그 도움을 받는 사람들에게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약자가 되어 있는 사람들도 사회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아서 경제력을 갖고 자립할 수 있을 때 긍지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 복지 정책은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물론 노인이나 장애인들 중의 어떤 분들 중에는 앞으로도 스스로 경제력을 갖추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이들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 위주의 복지 정책을 쓰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복지 정책을 선심을 쓰는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은 다른 누구보다 복지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자긍심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복지 정책의 궁극적 목적인 보다 즐거운 사회생활을 가져다 주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복지 정책에 대한 토론에서 어떻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인간적인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근에 자주 강조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정책을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거래에서 대기업은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에 거래를 할 수 있다.
사회적 공동체 조성에 중점을
그러나 이 경우 중소기업이 스스로 투자도 하고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대기업에도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복지정책에 있어서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소비재를 공급해 주는 것보다는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즉 복지 정책은 무상지원 측면보다 보다 살기 좋은 사회적 공동체를 만드는 측면에 중점을 두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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